국세청 추적 한계·예상 세수조차 미확정 지적… 이 부총리 “신고 받아봐야 추정 가능”
인사청문회 ‘원칙 시행’서 기류 변화… 추가 유예 및 제도 보완 가능성에 시장 촉각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정부가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두고 고수해 왔던 ‘예정대로 시행’ 원칙에서 한발 물러서며 정책 궤도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세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시장 위축과 투자자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정치권의 질타가 쏟아지자, 정부가 추가 유예나 보완책 마련을 염두에 둔 ‘의견 수렴’으로 선회하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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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가상자산 과세 시행 여부를 묻는 질의에 “국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과 함께 전문가와 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인사청문회 당시 “법률에 규정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단호하게 공언했던 태도와 비교할 때 뚜렷한 입장 변화로 평가된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과세 인프라의 미비와 자본 유출 위험성을 둘러싼 여당 의원의 집중 질타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과세 시행이 불과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세청조차 중앙화거래소(CEX) 외에 해외 거래소, 탈중앙화거래소(DEX), 탈중앙화금융(DeFi), 개인 간(P2P) 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입증할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과세 준비가 턱없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시장 자금의 이탈 현실도 구체적인 수치로 지목됐다. 김 의원은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의 자금 순유입이 2025년 대비 56% 급감한 반면 해외 자금 순유출은 74% 급증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 자금이 해외로 급격히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에 비수를 꽂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도 다자간 자동정보교환협정(CARF)을 2029년부터 적용할 계획인데, 한국이 인프라 없이 먼저 과세하면 국내 투자 자금의 해외 탈출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확보할 수 있는 예상 세수 규모조차 명확히 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상자산 과세에 따른 세수 규모를 묻는 질문에 이 부총리는 “굉장히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사실 있다”며 “과세를 하려면 일단 신고를 받아야 하므로, 이 제도에 따라 내년부터 신고를 받아봐야 정확한 추정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 의원이 “세수가 도대체 얼마나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세를 밀어붙이는 것은 조세 행정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의견 수렴을 더 거쳐 진중하게 재검토해 달라”고 강하게 주문하자, 이 부총리는 “유념해서 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현행 세법상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간 기본공제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20%(지방소득세 포함 시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장 충격과 과세 체계 정비 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를 거듭해 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경제사령탑이 강행 입장에서 물러나 ‘의견 수렴’이라는 출구 전략을 제시함에 따라, 향후 정기국회 세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추가 유예 방안이나 공제 한도 조정 등 제도 보완 논의가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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