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김] "국산 원료 쓰라면서 혜택은 없다?"…심평원 약가 규제에 제약업계 '한숨'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7 09:57:46
까다로운 직접생산 인정 기준에 가산 적용 0건…원료 자급화 정책 유명무실 논란
계열사 생산까지 인정 범위 확대 요구…내년 4월 약가 인하 앞두고 개선 촉구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산 의약품 원료의 자급률을 높이고 공급망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약가 우대 제도가 까다로운 인정 기준에 가로막혀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원료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더라도 완제의약품 제조사와 원료 생산 주체가 다르면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 탓에 실제 약가 가산을 적용받는 기업과 품목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의약품 공급망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국내 제약업계의 생산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해외 원료 공급 중단으로 의약품 수급 불안을 경험한 만큼,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한 규제와 국산 원료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책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17일 국회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원료직접생산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인정 범위 확대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원료직접생산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에 약가상 혜택을 부여해 해외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완제의약품 품목허가권자가 자신의 제조소에서 화학적 변형 단계를 포함해 원료를 직접 합성한 경우에만 가산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약사 상당수가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생산을 계열사 또는 별도 법인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기업집단 내에서 원료를 생산해 공급하더라도 법적 생산 주체가 다르면 가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백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현행 기준을 충족해 약가 가산을 적용받는 기업과 품목이 모두 0건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백 의원은 코로나19 당시 중국과 인도의 원료 수출 제한으로 국내 의약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원료 자급화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보건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도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인정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정작 국내 원료 생산을 유도하려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약가 가산 기준이 엄격해진 배경에는 과거 일부 제약사의 제도 악용 사례가 있다. 기업 간 지배구조가 변경됐음에도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인정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국내 제약업계의 실제 생산 방식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백 의원은 제도 개선을 위해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및 조달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우선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계열사와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기업의 원료 생산까지 인정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획일적인 사전 규제 대신 정기적인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업의 생산 현황과 지배구조 변동 등에 대한 자진신고를 2년 주기로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제도 악용을 방지하면서도 국내 원료 생산 기업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자는 취지다.


이번 논란은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개편된 약가제도를 시행했으며, 기존 등재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는 내년 4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서는 약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부담과 함께 국산 원료 생산에 대한 정책적 유인마저 약화할 경우 국내 생산 기반과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백 의원은 개편된 약가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내년 4월 이전까지 민관협의체를 통해 현장 실정을 반영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승권 심평원장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민관협의체 및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제도 악용 방지라는 규제 목적과 국산 원료 자급화라는 정책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있다. 약가 가산을 적용받는 기업이 전무한 상황에서 정부가 실제 생산 현황을 토대로 인정 기준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제도 실효성을 가늠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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