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평양 엑스포 재시동…"정주영의 소떼처럼, 이번엔 EV가 간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5 14:43:39
한라에서 백두까지…막힌 남북, 전기차로 뚫는다
탄소중립·비즈니스·평화까지 ‘3트랙 실험’

[서귀포시(제주)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제주에서 시작된 ‘탄소 없는 모빌리티’ 구상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2027년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전기차를 매개로 한 남북 협력과 국제 공조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5일 제주에서 열린 제13회 '국제 e-mobility 엑스포' 행사에는 세부 세션인 ‘제9차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PIEVE) 추진협의회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양문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지역회의 부의장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메가경제]

 

이날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친환경 모빌리티 비전을 공유해 평양에서 엑스포 재추진에 대한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도 전기차 산업이 새로운 협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행사의 포문은 환영사로 열렸다.

 

양문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주지역회의 부의장은 “제주는 탄소 없는 섬이라는 목표에 따라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스마트 모빌리티를 결합한 모델을 세계 최초로 실증해 왔다”며 “이제 그 경험을 한반도 전체로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체제와 이념을 넘어서는 실질적 교류의 공통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 전기차 엑스포 재추진 배경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 김대환 국제 e-mobility 엑스포 조직위원장이 환영사를 하는 장면 [사진=메가경제]

 

김대환 국제 e-mobility 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앞서 2018년 평양에서 전기차 엑스포 개최를 추진했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중단됐지만, 최근 세계전기차협의회 총회에서 50여 개국 만장일치로 재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2027년 하반기 평양 개최를 목표로 글로벌 협력을 다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처럼 전기차가 새로운 남북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전기화 시대를 함께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는 북한 전문가의 시각에서 진행됐다.

 

▲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이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메가경제]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은 '국제 전기차 엑스포 성사를 위한 전략적 환경 분석과 과제'를 주제로 “현재 남북 관계는 최악의 긴장 상태지만, 작은 협력의 틈은 존재한다”며 “전기차 협력이 그 ‘작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 센터장은 북한 내부 변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 의식주 해결과 주거 개선, 관광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평양에는 최근 5년간 약 6만 세대 규모의 주택이 건설됐다”며 “화성거리, 원산 갈마 관광지 등은 북한이 국제 사회에 보여주고 싶은 대표적 성과다. 전기차 엑스포는 이를 자연스럽게 공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정권이 지향하는 핵심 키워드는 ‘사회주의 문명국가’”라며 “전기차와 친환경 인프라는 그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역시 에너지 부족 문제를 안고 있어 전기차 도입은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이를 구체화하는 실행 로드맵이 제시됐다.

 

▲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정보 공학과 특임교수가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메가경제]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정보 공학과 특임교수는 '2027년 PIEVE(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 기본 계획 및 로드맵'을 주제로 “북한은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 도입을 병행하고 있다”며 “태양광 설비가 2016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고, 전기차 생산과 택시 보급도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2030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한 상태로, 전기차 전환은 필수 과제”라며 “평양 엑스포는 단순 전시가 아니라 동북아 탄소중립 협력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027년 평양 전기차 엑스포 계획도 공개했다.

 

황 특임교수는 “평양을 중심으로 원산 갈마지구 등을 연계한 분산형 행사로 추진하고 있다”며 “전시, 포럼, 시승, 투자 유치, 공동선언까지 포함된 종합 플랫폼 형태가 될 것이며, 참가 규모는 글로벌 기업 100여 개, 연구기관 150곳, 관람객 약 10만 명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테슬라, 현대차, BYD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할 경우 기술 협력과 시장 창출이 동시에 가능하다”며 “북한은 향후 전기차 신시장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 공공 지원 구조로 추진해야 국제 협력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파일럿(테스트) 사업과 충전 인프라 구축까지 연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기차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풀 수 있는 ‘현실적 접점’이라는 점이다.

 

황 교수는 “지금은 정치·군사적 대화가 막혀 있는 상황이지만, 환경과 산업 협력은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영역”이라며 “평양 전기차 엑스포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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