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안 부회장 '인권경영' 공언 무색…차별 의혹에 준법·내부통제 실효성 도마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확대해 온 삼성중공업이 정작 이들의 단체활동과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취업규칙을 운영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기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도 이들의 권리 행사는 제한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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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실물 사진이 아닌 AI 이미지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4] |
삼성중공업이 인권 보호와 다양성 존중, 준법경영을 핵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로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생기는 대목이다.
회사가 내세운 인권경영 원칙과 실제 현장 노무관리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면서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12일 국회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진보당 손솔 의원은 이날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외국인 노동자 취업규칙을 문제 삼으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국내 노동관계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앞서 삼성중공업노동조합이 지난 8월 고용노동부에서 확보해 공개한 '외국인 근로자(E-7-3) 취업규칙'에는 회사 허가 없이 정치활동이나 단체활동을 하거나, 회사 안팎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집회·연설·시위 등에 참여하는 행위를 징계 사유로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규칙은 2024년부터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ILO 제87호 협약은 노동자가 사전 허가 없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한다.
국내 노동조합법 역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사용자가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업장 질서 유지 등을 위한 합리적인 활동 제한은 가능하지만, 회사 허가 여부를 기준으로 단체활동을 포괄적으로 징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 의원의 지적에 법무부는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고용노동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외국인 인력 2년 새 두 배 급증…채용 확대 속 노동기본권 보호는 '뒷전' 논란
논란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에는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인력 확대 기조가 있다.
회사가 공개한 ESG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임직원은 2023년 944명에서 2024년 1400명, 2025년 1858명으로 2년 사이 약 두 배 늘었다.
전체 임직원 중 외국인 비중도 같은 기간 10%에서 14.9%로 확대됐다.
다만 이는 해외 현지 채용 인력 등을 포함한 전사 기준으로, 거제조선소 협력업체 소속 외국인 노동자 전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를 둘러싼 차별 의혹도 제기됐다. 노동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별도 취업규칙을 적용하는 데다 식비와 기숙사비 등에서 내국인보다 높은 부담을 지도록 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실제 적용 조건과 차등의 합리성 등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 최성안 부회장 '인권경영' 공언 무색…외국인 단체활동 제한에 ESG 진정성 '흔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삼성중공업이 강조해 온 ESG 경영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5'에서 인권 보호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안전보건, 기업윤리 등을 핵심 ESG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권·환경에 대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책임 경영을 실시해 ESG 경영을 선도하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단체활동을 징계 사유로 규정한 취업규칙이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회사가 공언한 인권경영이 실제 생산현장까지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취업규칙은 근로조건과 징계 기준을 정하는 공식 사내 규정이라는 점에서 제정 과정에 인사·노무 부서와 법무·준법경영 조직의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쟁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국제 리스크 관리 표준인 ISO 31000 인증 취득 등을 지배구조 개선 성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노동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규정이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체계가 현장의 인권 리스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최 부회장이 해당 취업규칙을 직접 승인했거나 위법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규정의 제정·검토 과정과 실제 징계 적용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선주사와 투자자들이 친환경 기술뿐 아니라 노동환경과 인권 보호, 공급망 관리 등 비재무적 위험까지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노동기본권 침해나 차별 문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ESG 평가와 공급망 실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개선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결국 삼성중공업이 강조해 온 인권경영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외국인 노동자 취업규칙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차별 의혹에 대한 객관적인 해명과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취업규칙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외국인 근로사의 피해 사례는 일절 없다"며 "관계 법령 등을 철저히 준수하는 차원에서 현재 내용을 살펴보면서 개정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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