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100년 삼양그룹, 창업주 과거사 다시 도마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9 17:32:47
김연수 창업주 친일반민족행위, 법원서 인정…미쓰비시 계열과 수십년 합작 인연
사회공헌 48억에도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 안 보여…李 "친일 부당재산 조사·환수"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이재명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을 다시 조사·환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기업 창업주와 후손 기업들의 역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24년 농업회사 ‘삼수사’에서 출발해 제당·식품·화학·소재로 외형을 키우며 100년 기업 반열에 오른 삼양그룹이 창업주 김연수 전 회장의 일제강점기 행적과 일본 미쓰비시 계열 기업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둘러싼 과거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 [사진=삼양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삼양그룹의 모태는 김 전 회장이 1924년 설립한 삼수사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김 전 회장은 형 김성수가 세운 경성방직에서 경영 경험을 쌓은 뒤 1923년 장성농장을 설립했고 이듬해 삼수사를 세웠다. 1931년에는 회사명을 삼양사로 변경했다.

삼양은 이후 만주까지 농업·방적 사업을 확대했지만 해방 이후 사업 기반을 상당 부분 잃었다. 이후 1955년 울산 제당공장을 건설하며 제조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고, 식품을 거쳐 화학·의약바이오·패키징 등으로 영역을 넓혀 현재의 그룹 체제를 구축했다.

◆김연수 친일행위, 국가 결정 이어 법원도 인정

논란의 핵심은 창업주 김 전 회장의 일제강점기 행적이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김 전 회장이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활동하고 국방헌금 납부와 학병 권유 등에 참여한 점 등을 근거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다.

유족들은 해당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김 전 회장이 일제 주요 관직에서 활동하고 군부 및 관변단체에 상당한 금품을 헌납한 점 등을 종합해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협력했다는 유족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도 2012년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법원은 김 전 회장이 교육·사회사업에 기부하고 경성방직에 민족기업적 성격이 있었다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의 친일행위는 단순한 의혹 수준을 넘어 국가기관의 결정과 법원의 판단을 거친 사안으로 남아 있다.

◆미쓰비시와 수십년 합작…과거사 논란 때마다 재조명

삼양그룹과 일본 미쓰비시 계열 기업의 장기간 협력관계도 과거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함께 거론돼왔다.

대표적인 곳은 삼남석유화학이다. 삼양사와 일본 미쓰비시화학, 호남정유(현 GS칼텍스)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으며 삼양 측과 미쓰비시 측이 각각 40%, GS칼텍스가 20%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장기간 이어졌다.

삼양화인테크놀로지도 삼양사와 미쓰비시케미칼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삼양화성 역시 미쓰비시 계열 자본이 참여한 합작회사로 운영돼왔다. 일부 합작사에서는 실적에 따라 미쓰비시 측에 배당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다만 삼양그룹과 합작한 미쓰비시 계열사를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당사자인 미쓰비시중공업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 개별 법인의 법적 책임과 미쓰비시 기업집단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역사적 상징성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기업 간 기술·자본 협력을 창업주의 친일행위와 직접 연결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만 창업주의 친일반민족행위가 사법적으로 인정된 기업이 미쓰비시 계열과 오랜 기간 사업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한일 과거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 같은 관계가 재조명돼왔다.

◆사회공헌 48억원…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은?

삼양그룹은 현재 인재 육성과 환경 보전, 건강 증진 등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양그룹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양홀딩스·삼양사·삼양바이오팜·삼양패키징·삼양케이씨아이 등 5개 계열사의 지난해 사회공헌 집행액은 총 48억4072만원이다. 인재 육성에 약 32억8500만원, 건강 증진에 11억8200만원, 환경 보전에 약 3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다만 삼양그룹이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독립유공자나 독립유공자 후손을 별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선대의 친일 행적을 만회하기 위해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등 후대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반성과 책임의 뜻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李대통령 “친일 부당재산 조사·환수”…12월 조사위 재가동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친일재산 환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관련 기업인들의 과거 재산 형성 과정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을 조사·환수해 역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국가에 귀속된 친일재산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해당 재원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의 예우·지원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정부의 방침은 제도화 단계에 들어갔다. 오는 12월 3일 시행되는 새 특별법에 따라 2010년 활동을 종료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다시 구성될 예정이다. 친일재산뿐 아니라 이미 처분된 재산의 대가까지 일정 요건 아래 추적·환수할 수 있도록 조사 기능도 강화된다.

다만 이는 현재 삼양그룹의 주식이나 기업자산이 곧바로 환수 대상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자산을 환수하려면 김 전 회장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 또는 그 처분 대가에 해당한다는 별도의 조사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삼양그룹 “현재 그룹에 친일기업 프레임은 악의적”

삼양그룹은 창업주의 과거 행적과 현재 그룹을 직접 연결하는 데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현재의 삼양그룹은 창업주 3세가 회장직을 맡아 산업보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창업주의 일제강점기 시대 활동으로 현재의 삼양그룹을 친일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다소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양그룹이 김 전 회장의 친일행위에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친일재산 환수와 함께 그 재원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만큼, 창업주의 친일행위가 사법적으로 인정된 삼양그룹이 향후 과거사 문제와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 등 사회공헌 분야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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