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진짜 고기맛 품은 식물성 고기 '채식 열풍에 돛을 달다'
[트렌드탐구] 진짜 고기맛 품은 식물성 고기 '채식 열풍에 돛을 달다'
  • 유원형 기자
  • 승인 2019.06.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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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전환기술 '비건'의 입맛을 사로잡다

[메가경제 유원형 기자] 완전한 채식을 추구하는 ‘비건(vegan)’이 세계 식문화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으면서 채식주의 소비자의 기호를 잡기 위한 ‘비거노믹스(veganomics)’의 영역도 급성장하고 있다.

'비거노믹스'는 '비건(vegan)'과 '경제(economics)'를 합한 신조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연말 2019년이 ‘비건의 해’가 될 거라고 전망했다. 실제 식물성 원료들이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과 만나며 비건 열풍을 가속시키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의 IT박람회 ‘CES 2019’에서는 대체버거 식품업체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가 콩으로 만든 고기버거 ‘임파서블 버거2.0’을 공개해 시선을 모았고, 지난달에는 미국의 식물성 고기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나스닥 무대에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부상했다.

 

버거킹이 실리콘밸리의 푸드 스타터업 '임파서블 푸드'와 함께 시범적으로 내놓은 채식주의자용 버거 '임파서블 와퍼' [출처= 버거킹 홍보영상]

 

2주 전에 열린 ‘2019 중국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SIAL China 2019)'에서도 비욘드 버거 등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물성 기반의 식품들이 당당히 혁신상 결선 10대 음식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엄격한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비건이 주도하는 채식 열풍은 미국 등 해외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불어닥쳤다. 채식 전문식당이 빠르게 증가하고, 올초 첫선을 보인 ‘비건 페스타’도 성황리에 펼쳐졌다.

 '베지테리언'과 '비건'의 같은점과 다른점

‘베지테리언(Vegetarian)’과 ‘비건(Vegan)’의 차이는 무엇일까? 광의적인 의미의 ‘채식주의자’를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면, 협의적 의미의 철두철미한 채식주의자를 ‘비건’이라고 한다. 

비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채식주의자’라고 단순히 정의하기 어렵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번역돼 있다.

비건은 고기는 물론 우유나 계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어떤 이들은 실크나 가죽같이 동물에게서 얻은 원료로 만든 제품도 사용을 거부한다. 단지 그런 사람만이 아니라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비자운동을 포괄한다. '비거니즘(veganism)'은 ‘완전 채식주의’를 말한다. 

세계채식연맹(IVU·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베지테리언’은 식물에서 파생된 음식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여기에는 유제품이나 계란, 꿀을 섭취하는 사람도 포함되고 섭취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포함된다.

 

제47회 국제채식협회(IVU) 월드 베그페스트가 오는 8월 23~2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출처= IVU 홈페이지]
'제47회 IVU(세계채식연맹) 월드 베그페스트(World Vegfest)'가 오는 8월 23~25일 유럽의 비건 수도인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규모인 '비건 서머페스트 베를린'과 공동으로 개최된다. IVU는 1908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창설됐다. [출처= IVU 홈페이지]

 

하나 ‘비건’은 엄격한 채식주의자다. 어떤 목적에서든 동물성 생산물의 섭취와 이용을 배제한다. 육류·가금류·어류·해산물 같은 동물성 고기와 계란·유제품·꿀 같은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것은 물론, 가죽·실크·양모 같은 동물성 제품도 착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비건은 오락, 스포츠, 연구를 위한 동물의 이용도 피한다. 

세계채식연맹에 따르면 ‘비거니즘'의 역사는 210여년 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비건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윌리엄 람베(William Lambe·1765~1848) 박사는 41세이던 1806년, 건강을 우려해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고 오직 채소와 증류된 물만 먹었다. 그의 식이요법을 따른 많은 사람들은 우유를 마셨지만 그는 여생 동안 현대의 비건처럼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식탁을 채우며 살았다.

람베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내가 지구에서 직접 생산되는 것을 제외하고 음식으로 이용되는 모든 종의 물질에 반대하는 이유는, 어떤 다른 물질도 인간의 장기(organs)에 맞지 않는다는 폭넓은 근거에 기인한다. 이같은 반대 이유는 살코기처럼 달걀, 우유, 치즈, 생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적고 있다.

베지테리언의 유형은 많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채식유형을 ‘베지테리언’과 ‘세미베지테리언’으로 나누었다. 베지테리언에는 ‘비건 채식(Vegan)', ’락토 채식(Lacto)', ‘오보 채식(Ovo)', '락토 오보 채식(Lacto Ovo)’이, 세미 베지테리언에는 ‘폴로 채식(Pollo)’, ‘페스코 채식’(Pesco), ‘플렉시테리안(Flextarian)’이 포함돼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콩을 원료로 만드는 '고기 아닌 고기'를 만들었다. [출처= 임파서블 푸드 홈페이지]
임파서블 푸드는 콩을 원료로 '고기 아닌 고기'를 만들어 세계 식단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있다. [출처= 임파서블 푸드 홈페이지]

 

비건 채식은 ‘완전 채식’을 뜻하고, 락토 채식은 우유·유제품은 허용하되 생선·해물·달걀은 허용하지 않는 경우다. 오보 채식은 달걀은 ‘허용식’, 생선·해물·우유·유제품은 ‘불허용식’이고, 락토 오보 채식은 달걀·우유·유제품은 ‘허용식’, 생선·해물은 ‘불허용식’이다.

폴로 채식은 우유·달걀·조류·어류는 모두 허용하고 붉은 살코기(적색육)만 안먹는다. 페스코 채식은 우유·달걀·어류는 ‘허용식’이지만 가금류·조류는 ‘불허용식’이다. 플렉시테리안은 평소에는 비건으로 살지만 상황에 따라서 육식을 한다.

이코노미스트지 '2019년은 비건의 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 세계대전망(The World In 2019)’에서 올해를 '비건의 해(The year of the vegan)'로 예상했다. 아울러 비건의 해는 밀레니얼 세대가 리드하고 비즈니스와 정부가 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근년 들어 채식주의자가 급증하는 흐름에 우선 주목했다. 2015년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3.4%가 베지테리언이었고 그 중 0.4%만이 비건이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소, 돼지, 닭, 개 모양의 대형 풍선을 설치하고 탈육식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나 근년들어서는 고기와 가죽뿐만 아니라 달걀, 양모, 비단 등 모든 동물성 제품을 피하는 삶의 방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이같은 경항은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 사이에 치솟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25~34세의 미국인들 중 4분의 1 가량이 자신은 비건 또는 베지테리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비건 식단을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번창하고 있다’며 몇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맥도널드는 맥비건(McVegan) 버거를 팔기 시작했고, 지난해 상반기 미국내 비건 식품 판매는 전체 식품 대비 10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거대 식품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앞다투어 상품라인업에 ‘비건’을 포함시키거나 관련 업계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다. 거대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는 고기없는 패티를 파는 ’비욘드 미트‘의 지분 5%를 사들였다. 미국 전역에는 ’베지테리언‘과 ’비건’을 위한 식당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기업은 물론 학교와 병원 등에서도 비건 식단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LA지역 학군에서는 2018~19년 중 전 학교에 비건을 위한 식단을 제공한다. 미국의학협회는 연례회의에서 그러한 식단을 제공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 패티 '비욘드버거' [사진= 연합뉴스]<br>
비욘드 미트의 식물성 고기 패티 '비욘드 버거' [사진= 연합뉴스]

 

비건 열풍은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과 결합, 식물을 재료로 고기의 식감과 모양을 실현하는 ‘전환기술(Transformative Technology)의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비건 푸드 회사들은 실제로 고기처럼 보이는 대체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비욘드 미트는 검붉은 뿌리를 먹는 채소인 '비트'로 만든 주스를 이용해 피가 배어나오는 패티를 만들었고, 네덜란드 회사인 비베라(Vivera)는 지난해 6월에 비건 스테이크를 슈퍼마켓에서 출시, 일주일 안에 4만개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혁신기업의 아이콘이 된 '비욘드 미트'

지난 5월 2일 콩으로 고기를 만드는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공모가 25달러로 시작한 비욘드 마트의 주가는 무섭게 뛰어올랐다. 상장 한 달이 채 못된 31일에는 104.12달러까지 치솟았다.

비욘드 미트는 단기간에 네 배 넘게 주가가 오르며 올해 혁신기업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앞으로 어디 선까지 오를지 세계 주식투자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나스닥에 상장된 비욘드미트 주가 추이. [출처= 인베스팅닷컴]
지난 5월 9일 나스닥에 상장된 비건 푸드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의 가파른 주가 추이. [출처= 인베스팅닷컴]

 

올해 초만 해도 2019년 혁신기업의 대표주자는 세계 공유택시업체 1,2위인 우버와 리프트였다. 3월에 리프트가 상장하고, 5월에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우버가 공개됐다. 하지만 두 기업의 주가는 상장 이후 고꾸라졌다. 리프트는 사기성 기업공개(IPO)를 주장하는 주주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하는 수모를 안아야 했다.

우버는 기업공개 이후 내놓은 첫 실적 발표에서 1분기 1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우버 주가는 기업공개 당시 45달러였으나 지난 5월 31일에는 40.41달러였다. 리프트는 IPO 당시 72달러로 시작했지만 그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31일 57.62달러에 그쳤다.

미국의 소비자 트렌드 마켓조사기업인 NPD그룹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소비자들이 먹은 버거는 대략 130억 개에 이른다. 버거는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 아이템 중의 하나로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버거의 핵심은 소고기로 만든 패티다. 한데 최근에는 식물을 원료로 해서 만든 패티를 이용한 ‘인공 소고기 버거’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만드는 식물성 고기 패티인 ’비욘드 버거'(Beyond Burger)다.

 

단백질과 힘, 적절한 건강을 위해 고기는 진정 필요한가?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더 게임 체인저스'는 식물에 기반을 둔 식습관의 변화를 다뤄 비건 사회에 화제를 모았다. 채식 기반 다이어트가 엘리트선수에게도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에서 2018년 1월 공개. 제임스 카메론 총제작, 루이 시호요스 감독.  

 

‘비욘드 버거’는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드는 100% 식물성 고기로, 적색유처럼 보이는 색깔은 물론 맛까지도 일반 소고기 패티와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소고기로 만든 패티보다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실제 고기보다 철분과 단백질은 더 많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낮다는 설명이다.

CNBC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욘드 미트의 창립자인 이던 브라운은 'CNBC 메이크 잇(Make It)‘에서 “버거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식습관의 핵심을 추구했다”며 비욘드 버거를 론칭한 이유를 밝혔다.

비욘드 미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게이츠,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전 맥도날드 CEO 돈 톰슨,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와 같은 유명한 투자자들이 주저없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콩으로 만든 고기를 한 입 먹어보고 곧바로 투자하기로 결심했다는 빌 게이츠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비욘드 버거는 2016년 5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인 ‘홀 푸드’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후, 수만 개의 슈퍼마켓, TGI프라이데이 같은 식당, 리츠 칼튼 같은 호텔, 양키 스타디움 같은 스포츠 경기장으로까지 판매망을 확대했다. 올해 1월까지 전세계 시장에 2500만 개가 팔려나갔다.

비욘드 미트의 성장세는 식물성 고기가 현재는 물론 미래의 먹거리로서도 각광받을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비건'이 품은 식생활에는 '철학'이 있다

비건이 각광을 받으면서 사육 농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육 농가들을 배려해야 하는 각국 정부와 주정부들은 ‘비거니즘’을 장려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하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에 비건을 위한 정부들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미국 LA에서는 모든 식당에 비건 메뉴를 하나 이상 마련하라는 법안이 발의됐고, 유럽위원회는 비건과 베지테리언 푸드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 과정에 들어갔다. 이는 장차 합법적인 확실성의 척도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오래 전부터 육류 식단을 선호해온 국가들에서 채식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건 활동가 게리 유로프스키의 유튜브 강연 동영상은 세계적으로 충격을 던져주며 비건 바람을 일으켰다. [출처= 유튜브]   

 

비건이 붐을 일으키는 배경은 건강과 환경 문제와 함께 사육과정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확산하고 있다. 소, 돼지, 닭과 같은 대표적인 가축들은 우리 식탁에 고기로 오르기까지 상상도 못할 고통과 피해를 당한다. 비건은 동물들을 이용해 유제품이나 계란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동물 학대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유튜브 등 동영상과 SNS의 확산은 동물사육 과정의 잔혹성을 전파하는 메신저가 되고 있다.

비건 활동가인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가 조지아 공대에서 강연한 2010년 영상인 ‘베스트 스피치 유 윌 에버 히어’(The best speech you will ever hear, 당신이 들을 최고의 스피치)는 축산업에서 착취당하는 동물의 실태, 잔인한 도살과정, 육식의 폐해 등에 대해 고발하며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그의 영상은 많은 구독자를 비건의 세계로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로프스키는 모든 동물은 인간에 의해 구속받지 않고 살 권리를 갖고 있다는 원칙 아래 1996년 비영리 조직인 ‘ADAPTT’(Animals Deserve Absolute Protection Today and Tomorrow)를 창설해 지속적인 강연과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ADAPTT 홈페이지를 열면 유로프스키의 비건 강연 동영상과 함께, ‘도살되는 동물들(Animals Slaughtered)’라는 코너가 펼쳐진다. 이 코너에는 ‘당신이 이 웹페이지를 연 이후 고기, 달걀, 낙농 산업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도살된 동물의 숫자’라는 설명과 함께 해양동물, 소, 돼지, 닭, 오리, 양, 염소 등 인간에 의해 죽는 동물의 숫자가 전시된다.

비건은 육류가 배제된 식단이나 식물을 원료로 한 대체육이 대중화되면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서구인들의 식단을 개선하고, 잔혹한 동물 사육의 환경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국가들의 음식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리 유로프스키가 창립한 비영리단체인 'ADAPTT' 홈페이지는 현재 지구상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고통속에 죽음을 맞는지를 숫자로 경고하고 있다. [출처= ADAPTT 홈페이지]

 

비건 활동가인 김한민 작가는 ‘아무튼 비건’이라는 저서에서 육류와 유제품의 생산과 소비 때문에 일어나는 대표적인 진실을 일곱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잔인함’, ‘오염’, ‘탄소 배출’, ‘훼손’, ‘리스크’, ‘병’, ‘양심 마비’다.

육류와 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눈 뜨고 못 볼 잔인한 동물 학대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물과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며, 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 온난화는 악화된다. 또한 숲과 밀림이 무참히 파괴되고, 발암물질 등 위험 요인이 인체에 유입되며,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 이러다 보면 대량 살처분이 일상화되는 양심 마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고기 아닌 고기'가 비건을 사로잡는 이유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육류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과 호주다. 두 나라는 한 사람이 연간 100kg을 소비한다. 이 양은 에티오피아(7kg)의 14배 수준이다.

한데 고기가 없으면 못사는 미국인들 사이에 비건 열풍이 거세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가 성인 6만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건 비율은 2014년 3.8%에서 2018년 6.6%로 2.8% 늘어났다.

 

유튜브에는 비건 푸드 레시피를 소개하는 사이트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출처= 유튜브]  

 

이같은 육식 대국 미국에서 비건 열풍에 순풍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공고기’다. 지난 2월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최대의 가전전시회인 ‘CES 2019’에서도 인공고기가 화제가 됐다. 바로 ‘임파서블 버거2.0’이었다.

‘임파서블 푸드’는 스탠퍼드대 생화학교수였던 패트 브라운이 창업한 회사다. 브라운 교수는 콩의 뿌리혹에서 추출한 ‘헴(heme)' 분자를 발효기술로 대량생산한 뒤 아몬드와 밀 등을 첨가해 실제 소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얻었다. 앞서 브라운 교수는 혈액에서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 속의 헴 분자가 고기맛을 내는데 핵심요소라는 것을 발견했다.

식물성 고기가 들어간 '임파서블 와퍼'는 지난 4월 미국 버거킹의 일부 매장에서 정식 출시돼 호평을 받았다. 당시 시식회에서 버거킹 단골 고객 누구도 이 버거가 인공고기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해 더 화제가 됐다.

상장 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욘드 미트’는 올해부터 식물성 소고기로 만든 ‘비욘드 버거’를 미국 칼스주니어 1천여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비욘드 버거는 최근 국내에도 수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녹두를 주재료로 한 인공 계란도 나왔다. 미국 ‘저스트’사의 ‘저스트 에그’가 바로 그것이다. 이 인공 계란은 콜레스테롤이 전혀 함유되지 않았다는 점만을 빼면 단백질도 풍부하고 색깔과 맛, 냄새도 실제 계란과 구별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에 부는 '서구식 채식 문화' 비건  

채식주의자들의 모임인 한국채식연합은 2018년 국내 인구의 2~3%인 100만~150만명 정도를 채식인구로 추산했다. 2008년 15만명정도에서 10년 안에 10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중 완전한 채식을 추구하는 비건 인구는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채식 전문식당도 증가추세다. 비건 레스토랑은 2010년 150여 곳에서 지난해에는 350여 곳으로 8년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오는 7월 5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회 비건 페스타 브로슈어 [출처= 비건 페스타 홈페이지]
오는 7월 5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회 비건 페스타 브로슈어 [출처= 비건 페스타 홈페이지]

 

이같은 채식 문화 붐은 올해 1월 열린 첫 비건 박람회인 ‘비건 페스타’의 흥행으로 입증됐다. 비건 페스타에는 114개 업체가 참가했고 3일간 1만5천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비건 페스타는 식품은 물론 패션과 미용까지 채식주의자의 삶 전반을 포괄하면서 국내의 비건 문화를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개최의 흥행에 힘입은 주최 측은 오는 7월 두 번째 비건 페스타를 준비중이다.

채식주의는 건강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고 동물학대도 막는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비건을 포함해 채식을 추구하는 방식은 각자 취향에 따라 다양하다. 국내에 부는 채식 바람은 완전 채식을 추구하는 비건 인구도 빠르게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육류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육까지 잇따라 개발되고 시판되면서 비거노믹스의 시장규모는 빠르게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봄 국내에 상륙한 ‘비욘드 미트’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이면서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3월 비욘드버거는 동원몰·지마켓 등 일부 온라인 쇼핑몰과 비건 레스토랑 등 4곳에 입점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15년 햄버거 패티를 비롯한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가공육 패티에 대한 우려의 확산은 식물성 고기 패티의 인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비거노믹스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고 있어 확장성이 더 크다. 식단에 부는 ‘전환기술’이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의 식단은 어떻게 변화해 있을까? 늘어나는 비건의 입맛과 마음을 잡으려는 국내 업체들의 선전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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