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갑질도 가지가지' 대금후려치기·미분양 떠넘기기·기술자료유용
'하도급 갑질도 가지가지' 대금후려치기·미분양 떠넘기기·기술자료유용
  • 오철민 기자
  • 승인 2019.06.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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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종합건설·동일스위트·명승건설산업·협성건설· 현대건설기계·현대중공업
공정위, 5월 하도급 위반 업체 제재 내용 보니

[메가경제 오철민 기자] ‘남해종합건설, 동일스위트, 명승건설산업, 협성건설,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

이들 6개 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정위 제재를 받은 ‘하도급법 위반 갑질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공정위)로부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위반한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은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인 하도급 업체에 부당한 행위를 자행했다.

공정위는 남해종합건설(주)에 하도급 대금을 늦게 주면서 지연이자 등은 주지 않은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 1200만원을 부과했고, 부산지역 유력 건설업체 (주)동일의 계열사인 (주)동일스위트에는 하도급 대금을 후려치기한 행위 등으로 부당하게 깎은 대금 지급명령과 과징금 15억3200만원 부과에다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유용 현대건설기계·현대중 제재 [사진= 연합뉴스]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유용 현대건설기계·현대중 제재' 이하나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지난 5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 제재 내용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에 본사를 둔 영남 지역의 유력 건설사인 (주)협성건설에는 하도급 업체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떠넘긴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1억 6300만원 부과를 결정했고, (주)명승건설산업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하도급 대금(1억51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건설 장비 시장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건설기계(주)와 현대중공업(주)에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 자료를 유용한 데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고 법인과 관련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위반 내용들을 살펴보면 하도급업자들에게 자행되는 갑질 사례가 얼마나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남해종합건설(주)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36개 수급사업자에게 법정지급기일을 최대 528일 초과하여 지급하면서 발생한 지연이자 1억1138만 원을 주지 않았다.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제조·시공의 완료에 따른 준공금 등을 받은 날부터 15일을 초과하여 수급 사업자에게 준공금을 지급하는 경우와,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이 지난 이후에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 기간에 대해 공정위가 정하여 고시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하나 남해종합건설은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공정위는 남해종합건설에 대한 조치에 대해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지급하는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로 부당하게 금융이익을 얻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중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주)동일스위트는 부산지역 유렬 건설업체로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99위인 (주)동일의 계열회사로서 (주)동일 대표이사의 아들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중견건설사다.

동일스위트는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과 원흥동 소재 3개 아파트 건설 내장 공사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경쟁 입찰을 악용하여 하도급 대금을 후려치는 행위를 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동일스위트는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2014년과 2015년 세 차례 개최한 현장 설명회에서 최저 견적 가격을 제출하는 사업자와 우선적으로 협의하여 계약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각 공사 현장별로 견적가격을 제출 받은 뒤에는 최저 가격을 제출한 업체가 아닌 A사와 협상하의 입찰 최저 가격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동일스위트의 이같은 행위는 모회사인 (주)동일의 과거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주)동일은 과거 하도급 대금을 최저 입찰가보다 낮게 깎은 행위로 2012년 공정위로 시정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주)명승건설산업에 대한 제재는 발주자·원사업자와의 정확한 직불확인서 작성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명승건설산업은 2017년 4월 세종뱅크빌팅 신축 공사 중 ‘합성 목재 테크 설치 공사’를 수급 사업자에게 시공 위탁한 후 목적물을 정상적으로 인수했으면서도 법정지급기일인 60일 이내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와 관련, 명승건설산업은 발주자가 공사 현장의 모든 수급사업자들에게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해주기로 구두상 약속했다는 이유로 하도급 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나 공정위는 “발주자가 직불 합의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어 3자가 직불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 의무가 없다”며 하도급 대금 지급명령 및 향후 재발방지 명령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원사업자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사업자와 수급업자가 서명한 직불 합의서를 발주자에게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하도급 대금 지급 의무를 회피하는 원사업자를 강력히 제재하여 유사사례 발생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수급사업자는 발주자가 직불 처리하기로 했다는 원사업자 말만 믿지 말고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 사업자 3자가 직불 합의서에 모두 서명했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주)협성건설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공사 계약을 빌미로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강제한 행위로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협성건설은 2015년 말 경주 황성, 경산 대평, 대구 죽곡 등 3개 지역에 건축하기로 한 아파트의 분양률이 낮아 공사비 조달에 차질이 생기자, 하도급 업체들에게 ‘협조 분양’이란 명목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요구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협성건설은 2016년부터 2018년 초까지 39개 하도급 업체들을 상대로 3개 지역에 지은 자사 브랜드 아파트 128세대와 대구동 봉무동 오피스텔 6세대를 포함, 무려 134세대를 이런 식으로 분양했다.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공사 계약 내용과 관계없이 경제적 부담을 지운 것이다.

협성건설과 거래를 트거나 유지하려는 하도급 업체들로서는 그런 부당한 요구를 거절 수 없어 아파트 분양에 따른 자금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협성건설은 이렇게 짜낸 자금을 바탕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공정위는 협성건설 제재로 “공사 계약을 빌미로 하도급 업체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강제하는 행위나 이와 유사한 건설업계의 관행들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는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 행위와 기술자료 요구 절차 위반 등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갑질 사례였다.

현대건설기계(주)는 현대중공업(주)의 건설 장비 사업부가 2017년 4월 3일에 분할 설립된 회사로, 굴삭기 등 건설 기계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현대’라는 이름만 들어도 하도급 업체들은 기세에 눌릴 만하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은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 등 건설 장비 부품의 납품 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게 전달하여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 견적을 받는데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은 기술자료 요구 절차 위반도 지적받았다.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도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하네스 업체의 도면은 자신이 제공한 회로도 및 라우팅 도면을 하나의 도면으로 단순 도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자신이 도면을 전달한 제3의 업체에게 견적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기존 공급처에게는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한 결과, 공급처를 변경하는 대신 기존 공급처의 공급가를 최대 5%까지 인하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현대건설기계는 공정위의 사건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에 도면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목적을 ‘납품 승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해당 품목은 이미 하도급 업체가 승인받아 납품하고 있던 품목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술유용 행위는 법 위반 금액을 특정하기가 곤란하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에 대해 정액 과징금 제도를 활용해 과징금 액수를 산정했으며, 특히 이 행위를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중공업 법인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 직원 및 담당자 지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번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 사건은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한 후 공급업체 변경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술유용에 해당함을 명확히 한 사례”라며 의의를 강조했다.

특히, 이번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의 공정위 제재는 기술자료 유용, 정당한 사유없는 기술자료 요구, 기술자료 요구 절차 위반 등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데 대해 시정조치한 사건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기술유용 행위는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초래한다. 이에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3~4개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점검(모티터링)과 직권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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