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형사소송법 개정안등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본회의 통과...검찰개혁 제도화 내용은?
[ME분석] 형사소송법 개정안등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본회의 통과...검찰개혁 제도화 내용은?
  • 류수근 기자
  • 승인 2020.01.1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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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류수근 기자]‘2020년 1월 13일.’ 이 날은 우리나라 입법 역사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숙원으로 여겨져온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이 사실상 완료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개혁 입법 완료는 물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과 함께 지난해 한 해 여야 간 극한 대립을 몰고 왔던 ‘패스트트랙 정국’도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개혁법은 지난 4월 29일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후 8개월 15일(259일)만에 입법이 마무리됐다.

 

[사진=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형사법 절차에 대전환의 시기를 맞게 됐다.

수사권 조정안의 골자는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이다. 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며,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검·경 관계는 ‘지휘’에서 ‘상호협력’으로 바뀌게 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5조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가 신설됐다. 제1항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로써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법률적으로는 ‘수직’에서 ‘수평’ 관계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에 따라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경제 사건뿐만 아니라 민생과 밀접한 사건의 수사 환경에도 향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패스트트랙 지정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사진= 연합뉴스]

 

검경 조정법안의 핵심은 역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폐지다. 그간 형사소송법은 검사를 수사권의 주체로,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 검경 조정 개정안은 경찰을 별도의 수사 주체로 인정하면서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그동안 경찰에게는 수사개시·진행권만 있었다. 하지만 1차적 수사 종결권까지 확보하면서 앞으로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기존의 형사소송법에서는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돼 있었으나, 바뀐 형사소송법에서는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기존 형사소송법 규정 중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등의 조항이 삭제됐다.

그 대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보완수사요구’ 규정이 신설됐다.

‘검사는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와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에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또, 경찰은 이러한 요구가 있는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경찰이 정당한 이유없이 이러한 검사의 요구에 따르지 아니하는 때에는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 감사장이 ‘권한 있는 사람에게 해당 사법경찰관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경찰이 자의적으로 ‘혐의없음’ 판단을 할 경우 국민 권익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정안에는 검사가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한 기록과 관련 증거를 송부 받아 90일 이내에 반환하게 함으로써, 이 기간에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한 때에는 검사가 문서로써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경찰은 검사로부터 재수사 요청을 받으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명백히 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무기력해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검찰은 독점 권한인 영장 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반기면서도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무기로 수사를 좌지우지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이 청구한 영장을 검사가 자의적으로 묵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도입됐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아니한 경우 경찰은 그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위해 각 고등검찰청에 ‘영장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은 각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이날 검경조정법안의 국회 통과로 그간 사실상 제한이 없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한정했다.

개정 법률은 또 다른 중요한 변화도 담고 있다.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대한 제한이다.

그동안 형사소송법에서는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높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바뀐 형사소송법(제312조)에서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라 하더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공판중심의 사법체계가 강화될 전망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수사종결권이 생긴 경찰에게는 수사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견고한 장치 마련이 시급해졌다.

이에 경찰청은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변호인 조력권을 강화하고, 사건의 수사 과정·결과를 독립적으로 심사·지도하는 수사심사관과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기 전 사건의 사실관계를 따져볼 영장 심사관 제도를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은 수사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그동안 일선 경찰서 중심으로 해오던 사건 수사를 상급 기관인 지방청이 중심이 돼 처리하도록 체제를 개편하고, 과학적인 수사가 이뤄지도록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원이 없는 지방에는 가칭 '과학수사합동감정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민갑룡 겸찰청장. [사진= 연합뉴스]

 

과거 불법 사찰 논란을 빚은 정보 경찰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경찰은 정보 활동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준법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통제시스템을 마련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치경찰’ 안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의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은 경찰을 국가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둘러싼 여야 간 패스트트랙 충돌이 지속되면서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무부와 경찰은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처리되자 안정적으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청은 법안이 통과된 직후 “이번 입법은 우리나라가 형사소송법 제정 65년 만에 선진 형사 사법체계로 진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민주적 수사구조에서 경찰이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임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을 '책임 수사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국민과 가장 먼저 만나는 형사 사법 기관으로서,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 시스템을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또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참여와 감시를 확대하고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통제장치를 촘촘하게 강화하겠다"며 "검찰과도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국민 인권 보호라는 형사사법 공통의 목적을 함께 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통과를 환영하며 경찰과의 협력을 다짐했다.

법무부는 "법안 통과에 따른 시행령 준비 등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새로운 제도가 조속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과는 협력적 관계를 정립해 국민을 위한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치가 바로 서는 사법 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간단한 입장 외에 추가적인 의견 표명은 내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와 대검 국정감사 등에서 '수사권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형사법 집행에 관한 검찰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에 충실한 의견을 드리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면서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런 취지를 강조한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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