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추가 감산 협의 불투명...美 셰일업계 줄도산 우려 여전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이틀연속 폭락하던 국제유가가 급반등하면서 뉴욕증시도 안도하며 상승장을 연출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1%(2.21달러) 오른 13.7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는 장중 한때 4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WTI의 급등은 이틀 연속 폭락에 따른 저점 인식이 작용하며 기술적 반등이 일어난 데 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경고’ 트윗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에서 일몰 중에 작동 중인 원유 펌프 잭(pump jack)의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news/data/20200423/p179566176541026_726.jpg)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해군에 이란 고속단정이 미국 선박에 위해를 가할 경우 격침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진 것이 유가반등을 자극했다는 견해다.
이는 지난 15일 걸프해역 북부에서 벌어진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고속단정이 조우한 사건과 관련해 이란에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경제가 재개되면 국제 유가도 반등할 것이라며 최근 유가 폭락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유가는 향후 상승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델타항공, 반도체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미국 내 주요기업 실적도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했던 것도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와 의회가 중소기업 대출 지원 등을 위해 약 48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에 합의한 점도 증시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WTI는 지난 이틀 새 24달러 선에서 11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이 전 거래일보다 55.90달러나 폭락하며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해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1일에도 6월물이 배럴당 11.57달러로 전날보다 43.4%(8.86달러)나 급락했다.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투자심리 안정에 힘입어 간밤 뉴욕 증시는 3거래일 만에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56.94포인트(1.99%) 상승한 2만3475.8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62.75포인트(2.29%) 오른 2799.31에 장을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2.15포인트(2.81%) 오른 8495.38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큰 가운데 지난 20~21일 장에서는 폭락하면서 1000포인트 이상 하락했었다.
하지만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 20달러 선이 무너졌던 6월물 브렌트유도 5~6%대 오르면서 장중 20달러 선을 웃돌았다.
원유가격의 급격한 반등이 증시에 상승심리로 작용하면서 유럽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2.3% 오른 5770.63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61% 오른 1만415.03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25% 상승한 4411.80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도 1.56% 오른 2,834.90으로 마감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세계경제의 수요를 짐작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 폭락은 에너지업계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들이 잇따르면서 세계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처럼 배럴당 10~20달러 안팎의 저유가가 장기화하게 되면, 미국 셰일업계에서는 파산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40~5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만 미국의 7개 에너지업체가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셰일업체 유닛코퍼레이션이 파산신청 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에너지업계의 연쇄도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오페크 플러스(OPEC+)는 지난 12일 화상회의를 열어 5∼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후 오히려 유가 폭락세는 더 가파르게 진행됐었다.
산유국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 합의를 끌어내기는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에 산유국들도 다급해진 모습이다. 21일 OPEC+는 긴급 콘퍼런스콜을 진행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 대책을 예고했다.
OPEC 좌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성명을 통해 추가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셰일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해답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유 수요가 하루 3천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재고분만 1억6천만 배럴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쪼그들대로 쪼그라든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많고 원유 비축시설도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추가적인 유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산유국들이 역대 최대인 '970만 배럴'을 웃도는 추가 감산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를 더 사겠다는 입장이지만, 멕시코만 일대에 위치한 비축유 저장시설의 여력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6월물 만기(5월 19일)까지도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선물 투자자들이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6월물 WTI의 폭락은 이런 기류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22일 급반등의 기세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세계대유행(팬데믹)에 몰고온 전례없는 경제충격은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쉽사리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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