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홉스님' 윤성준 감독 "아날로그와 향수의 극한 상황에서 희망을 읽다"

김경일 기자 / 기사승인 : 2020-05-22 13: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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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스님', 90일간 극한 천막 동안거 수행기 영상에 담아
5월 볼만한 개봉작으로 주목받는 이색 다큐멘터리 영화
극한 수행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주는 희망 메시지 주목

[메가경제= 김경일 기자]코로나 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바로 스님들의 수행기를 담은 ‘아홉 스님’이 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살을 에는 추위의 정점에서 엄격한 일곱 가지 규율들을 90일 간 지켜낸 스님들의 수행기를 24시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로, 스님들의 전무후무한 천막 안 용맹정진의 여정이 국내 최초로 담겼다.


‘안거(安居)’란 불교에서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한 채 정진하는 수행법을 말한다.


지난 2019년 11월 15일, 겨우내 석 달 동안 행하는 ‘동안거(冬安居)’에 천막 노숙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과 일곱 가지 수칙이 더해진 아홉 스님들의 사상 첫 도전이 시작됐다.


영화 ‘아홉 스님’은 오는 27일부터 전국의 롯데시네마 120개관에서 일제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아홉스님'의 윤성준 감독. [사진= 김경일 기자]
영화 '아홉스님'의 윤성준 감독. [사진= 김경일 기자]


이에 앞서 오는 22일 저녁 8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VIP 시사회가 진행되며, 25일에는 봉은사 미륵대전에서 야외 공개 시사회도 열릴 예정이다.


이 작품에는 영국 노턴 필름 스쿨 (Northern Film School)에서 영화를 전공한 윤성준(31) 감독의 깊이 있는 디렉팅 감각이 전편에 녹아 있다.


도심 속 천막 결사의 수행 문화를 선보인 위례 신도시 천막 상월선원에서의 90일 간의 수행을 기록한 ‘아홉 스님’은 윤 감독으로서도 생애 첫 다큐멘터리 도전 작품이다.


윤성준 감독의 영화 인생 중 만난 '아홉스님'


윤 감독은 영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시기부터 ‘독립영화’에도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됐다. 한창 미래의 꿈을 꾸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를 영화의 세계로 이끈 것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작품들이었다.


영화배우이자 극작가이기도 했던 베니니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대표작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에서부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호랑이와 눈’(2005년)까지 절박한 현실을 극복하고 사람과 사랑에 대한 낭만을 표현하며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다.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족을 구하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해내는 ‘호랑이와 눈’까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휴머니즘을 구현한 베니니의 작품은 윤 감독을 미래의 영화인으로 이끈 길잡이였다.


이때부터 영화를 보는 동안 스크린만 집중하게 되고, 스크린 속에서 살아 숨쉬는 또 다른 세계와 조우하기 시작했다.



윤성준 감독은 고교시절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작품을 보며 영화에 끌렸다.  [사진= 김경일 기자]
윤성준 감독은 고교시절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작품을 본 후 영화에 끌렸다. [사진= 김경일 기자]


이러던 중 2016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 닐 패트릭 해리슨이 안나 켄드릭, 잭 블랙과 뮤지컬처럼 꾸민 오프닝 무대를 보고 난 후 영화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해리슨의 오프닝 무대는 7분 남짓했지만 그 여운은 강력했다. 그의 뮤지컬 스크립트에는 영화가 창조해온 역사와 존재 가치, 그리고 앞으로 영화가 그려나갈 세계까지 그 매력을 함축적으로 담아 한눈에 전달했다.


“영국에서는 기획과 각본을 전공으로 공부했고, 주로 다루었던 내용은 난민, 이방인,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것을 좋아해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학년에서 가장 많은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사람들이 놓쳐왔던 것들에 대한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윤 감독은 영국 유학 가기 전에 네이버, 셀수스와 함께 하는 다큐감독 선발전에서 심사했던 KBS미디어의 인연으로 이번 ‘아홉스님’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


'아홉스님' 다큐멘터리 촬영 중 발생한 코로나19



아홉스님이 90일간 수행이 주는 메시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사진= 김경일 기자]
아홉스님이 90일간 수행이 주는 메시지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사진= 김경일 기자]


‘아홉스님’은 이 시대의 풍요에 대해 아홉 명의 스님들이 현대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취지로 제작되었다.


살을 에는 한겨울, 난방 기구 하나 없이 폐쇄된 천막에서 7개의 엄격한 규칙과 함께 참선의 90일이 시작되고, 단 한 벌의 옷과 하루 한 끼의 극한 수행을 버티는 과정을 담았다.


아홉스님 촬영현장은 일종의 재난 같은 극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특히 한창 촬영 중이던 시기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황과 오버랩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대유행)으로 인해 일상사 모든 것이 변하고 멈춰버린 현 시대의 모습과 촬영현장의 극한 상황은 우연히도 흡사하게 느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 전세계를 감염병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에 각국은 록다운(봉쇄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으로 언택트(비대면) 문화를 강요하며 자유롭게 왕래하던 전세계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이 영화의 슬로건은 ‘가장 낮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라’와 ’할 수 있다’로, 역경을 극복하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화'가 좋아 시작한 일이라며 끊임 없이 도전하는 윤성준 감독. [사진= 김경일 기자]
'영화'가 좋아 시작한 일이라며 끊임 없이 도전하는 윤성준 감독. [사진= 김경일 기자]


“영화를 제작하며, 저의 생각과 의미는 두지 않으려 했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시대상과 잘 맞물려 각자에 울림이 있는 영화가 자연스럽게 된 듯합니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는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의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다.


“극한 상황 중 수행을 기록하는데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CCTV도 설치했고, 스님이 직접 촬영한 영상도 참고하며 편집했습니다. 영상은 수행의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수행 기간이 경과할수록 스님들의 깔끔하던 모습은 점점 변해갔다. 90일 수행을 마친 스님들의 모습은 머리카락도 자라고 수염도 자란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 그대로였다.


“스님들의 수행은 결국 초심으로 복귀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아홉스님의 천막결사’에서 지켜야할 규칙을 정한 ‘청규(淸規) 7항’을 보면 얼마나 강한 인내심과 신심(信心)을 요하는 극한 상황에서 촬영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하지만, 공양은 하루 한 끼만 제공되고, 천막결사 기간에 옷은 단 한 벌로 지내야 한다. 삭발과 목욕은 금지되고 외부인과 접촉도 할 수 없다. 말도 하면 안되는 ‘묵언 수행’이었다. 일상사에서 허용되는 건 양치뿐이었다.


“‘아홉스님’에서 제 역할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72분 간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이 각자의 울림으로 해석하시길 바라며 편집을 마쳤습니다.”


천막결사에 참여한 ‘아홉 스님들’은 누구



5월 27일 개봉되는 영화 '아홉스님' 포스터.
5월 27일 개봉되는 영화 '아홉스님' 포스터.


천막 동안거를 최초 제안한 분은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었다.


현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인 자승 스님은 아홉 스님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큰 스님이자 법회를 주관하는 법사로서 천막결사 내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무연 스님(통도사 강원 도반)은 선원 스님들의 장을 담당했다. 해인총림 선원과 상원사 등에서 40회 이상의 안거를 행했다.


진각 스님은 봉은사 총무국장으로, 죽비 및 선방 기강확립을 담당했다. 백양사 운문암 선원과 태안사, 송광사, 봉암사 등에서 30안거를 행했다.


호산 스님(수국사 주지)은 조계종 사무처장으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수행 응대를 담당했다. 봉암사와 해인사, 수도암 등에서 19안거를 행했다.


성곡 스님(수락산 약사암 일심선원 주지)은 결재 대중의 모범이 되는 최고령 어른 스님이다. 화엄사와 해인사, 대흥사 등에서 40안거를 행했다.


재현 스님은 조계종 제14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하신 스님으로, 큰방 정리 정돈과 불공 염불 등 의식을 담당했다.


심우 스님은 조계종 종헌개정 및 종법제개정특별위 위원장으로, 선원 화장실 청소 담당을 담당했다. 송광사 선원과 법주사, 통도사 선원 등에서 20안거를 행했다.


도림 스님(정수사 주지)은 어른 스님들을 옆에서 모시는 스님이자 촬영을 담당했다.


인산 스님은 막내 스님으로 탕비를 담당했다. 송광사에서 출가해 각화사 선원에서 안거했다. 선덕 정묵 스님의 건강문제로 인해 대신 참여했다.


도전하는 감독의 꿈, ‘독립영화 지속적 작업과 영상회사 운영’



"아날로그 (analogue)에 끌리고 향수(Nostalgia)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윤성준 감독. [사진= 김경일 기자]


스튜디오AA(Studio-AA)는 미술관과 갤러리, 작가 영상을 만들어 가는 윤 감독의 영상회사다.


“영상은 ‘기록’에 가치를 두고, 그 기록이 쌓여 예술로 완성됩니다. 다양한 예술 분야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과정을 영화영상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도전하는 자세는 제 철학이자 제가 이 회사에서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윤 감독은 이번 ‘아홉 스님’ 외에도 2019년부터 안산의 난민 청소년 영화를 찍고 있다. 동시에 예술과 명성,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밤의 안개’도 기획하고 있다.


윤 감독의 풍부한 감성은 다양한 예술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그는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을 즐겨 듣고, 미국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다큐멘터리 형식 영화 ‘젤리그’에 심취하고, 깊은 철학이 매력인 러시아 출신 추상표현주의 선구자 미술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좋아한다.


“아날로그(analogue)에 끌리고 향수(Nostalgia)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후회없이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루지 못할 것이라도 꿈 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윤 감독의 신념은 ‘희망’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이같은 신념은 90일 간 스님들의 천막결사를 담은 ‘아홉스님’의 영상 속에도 담담하게 녹아 있다.


‘아홉스님’ 촬영기간과 ‘코로나19’ 4개월의 궤적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으로 전 세계가 감염병 공황 상태에 빠져든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창조적인 방역체계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K-방역’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인 중국여성(35)이 발생한 후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대구 신천지 사태가 터지며 ‘절망’에 빠져들었던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방역당국과 의료진, 그리고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이제 세계의 모범이 되는 ‘희망’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2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관련 확진자는 1만1142명이고 사망자는 264명(치명률 2.37%)이라고 밝혔다. 완치자는 1만162명으로 완치율은 91.2%이다.


그동안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례는 총 80만2418명이고, 이중 77만990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중인 건수는 2만286명이고, 격리 해제자는 1만162명이며 716명은 격리중이다.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도 일군 ‘K-방역’의 성과표다.


14일간 자가격리를 끝나고 격리 해제된 후 자유의 소중함을 강하게 느끼는 마음과, 아홉스님들이 안거(安居)를 끝낸 후 느끼는 마음은 다르지만 ‘희망’이라는 키워드는 통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홉스님’을 보며 그같은 ‘희망’과 윤 감독의 영화 철학을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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