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美 1000억원대 벌금 낸 황당 사연…‘준법감시인 경고 무시’

장주희 / 기사승인 : 2020-05-26 1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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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징계, 재발 방지 시스템 마련해야…‘금융당국도 별도 제재 없어’
위장 거래 규모 10억 달러도 OFAC에 허위 보고
기업은행 본사 전경.(사진=기업은행)
기업은행 본사 전경.(사진=기업은행)

[메가경제= 장주희 기자] IBK기업은행이 미국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AML)법을 위반한 혐의로 1000억원대 벌금을 내는 것과 관련, 범죄가 일어나는 5개월 동안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자를 징계하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기업은행과 미국 뉴욕 남부지검 간 합의서에 따르면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한 무역업체의 이란 제재 위반 사건과 관련한 위장 거래를 적시에 적발하지 못했다. 이에 뉴욕 남부지검은 기업은행 뉴욕지점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봤고, 양측은 지난달 20일 8600만 달러(약 1049억원)의 벌금에 내는데 합의했다.


앞서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1년 당시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이란을 대신해 중개무역을 하던 80대인 알래스카 시민인 '케네스 종'(Kenneth Zong)이 기업은행 뉴욕지점의 원화 결제계좌로 받은 수출대금을 위조한 대리석 타일 수출계약서와 송장(인보이스)을 이용해 미 달러화로 인출, 해외의 이란 관계자들에게 송금했다. 이런 방식으로 '불법 이체'된 자금이 총 10억달러(약 1조2200억원)에 이른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혐의 사건과 관련해 기업은행은 8600만달러 중 5100만달러는 미 검찰에, 3500만달러는 뉴욕주 금융청에 각각 납부하게 된다. 미 검찰은 벌금 합의를 통해 자금중계를 했던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대한 기소를 2년 유예했다.


당시 기업은행 뉴욕지점의 준법감시인은 한 명뿐. 준법감시인은 사건 발생 전인 2010년 초부터 내부 제안서를 통해 수동 프로그램으로는 적시에 자금세탁 거래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미리 알렸지만 이는 무시됐다.


그러자 그는 그해 5월 뉴욕 지점장, 그 이듬해 1월에는 본사 경영진이 포함된 준법감시위원회에 같은 내용을 통보하고 경고했다. 인력 보강도 요청했지만, 사측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준법감시 경험조차 없는 인턴을 배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준법감시인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뉴욕 지점장이 정보기술(IT)팀 직원을 충원했지만, 이 직원 역시 영어가 능통하지 않았고, 준법감시 경험도 없었다.


또 기업은행은 2011년 위장 거래 규모를 1000만달러라고 속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보고했다. 이후 한국 검찰이 2013년 해당 사건 내용을 공개하자 기업은행은 부랴부랴 나머지 9억9000만달러 관련 자료를 OFAC에 보냈다.


일각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로 황당하게 거액의 국부유출이 일어나게 됐는데 이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기업은행 관련자도 없고,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역시 별도의 제재나 조치가 없다는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계속된 지적을 무시하고 미적대다 1000억원대 벌금 처분을 받은 것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며 책임자를 징계하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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