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 ‘무사고=안전’ 공식 붕괴…2분 검사의 반전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4 11:03:00
사고 운전자 38.3% ‘침묵의 위험군’…본인·가족 인지 못해
교육 9년 이하·검사 180초 이상…사고율 20.9%로 2배↑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한 고령 운전자 가운데서도 실제 사고 위험이 높은 이른바 ‘침묵의 위험군’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조차 위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간단한 인지기능검사와 교육 기간 정보를 함께 보면 고위험군을 추가로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 김기웅·한지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24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기웅·한지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의 설문 결과와 이후 2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기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최근 3년간 교통법규 위반 횟수와 사고 횟수, 본인 과실 사고 횟수를 물었다. 같은 질문을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에게도 실시해 본인 인식과 주변 관찰을 함께 비교했다.

 

2년 추적 기간 동안 1673명 가운데 290명, 17.3%가 인적 피해가 발생한 본인 과실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에서 과거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을 많이 보고한 운전자일수록 이후 실제 사고 위험도 높았다. 설문 점수가 1점 증가할 때 사고 위험은 1.28배 높아졌다.

 

하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설문에서 위험 신호가 드러나지 않은 운전자들이다. 실제 사고를 낸 290명 가운데 111명, 38.3%는 조사 당시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침묵의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가족의 관찰만으로도 이들을 가려내기 어려웠다. 전체 참여자 가족의 94.3%가 운전자의 법규 위반이나 사고를 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침묵의 위험군 가족 역시 대부분 위험 징후를 인지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위반·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한 876명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교육 기간이 9년 이하이고 ‘기호잇기검사’ 수행 시간이 180초 이상인 운전자의 사고율은 20.9%로 나타났다.

 

두 조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운전자의 사고율 9.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기호잇기검사는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순서대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주의 전환과 처리 속도, 실행기능 등을 확인하는 검사다.

 

연구팀은 교육 기간이 짧은 경우 자신의 기능 변화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고, 기호잇기검사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복잡한 운전 상황을 처리하는 속도와 실행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기준이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하기 위한 기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 기간 역시 단순 학력 수준을 평가하는 의미가 아니라, 정밀 운전능력 평가가 필요한 고위험군을 먼저 선별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사고 이력이나 가족의 관찰만으로는 고령 운전자의 실제 위험을 모두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간단한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을 선별한 뒤 정밀 평가로 연결하는 방식이 사고 예방과 이동권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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