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젊은 발병군 32.3%…맞춤형 유전평가 주목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폐암 환자 100명 가운데 약 8명에서 암 발생과 관련될 수 있는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가 발견됐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젊은 나이에 폐암이 발생한 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해당 변이 유병률이 30%를 넘어, 일반 폐암 환자군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지영 영상의학과 교수·김시현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나권중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구진모 영상의학과 교수와 미국 내셔널 주이시 헬스 영상의학과 윤순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폐암 관련 연구 28개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Thoracic Oncology’ 온라인판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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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영 교수·김시현 교수·나권중 교수·구진모 교수, 윤순호 내셔널 주이시 헬스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생식세포 병원성 또는 병원성 가능성이 높은 변이의 유병률을 종합하고, 유전자별 분포와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폐암 환자에서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의 유병률은 7.9%로 집계됐다. 주요 변이는 DNA 손상 복구와 관련된 유전자에서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유전자별 유병률은 BRCA2가 0.96%로 가장 높았고 ATM 0.67%, TP53 0.57%, CHEK2 0.49%, BRCA1 0.48% 순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환자의 위험 특성에 따른 격차다. 폐암 가족력이나 젊은 연령에서의 발병, 다발성 원발성 폐암 등의 특성을 기준으로 선별된 고위험군에서는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 유병률이 32.3%까지 올라갔다. 비선별 환자군의 유병률 4.7%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이는 폐암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적 평가와 별개로, 특정 임상적 특징을 가진 환자를 선별해 유전적 요인을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인종·유전적 배경에 따른 차이도 분석됐다. 전체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 유병률 자체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요 DNA 손상 복구 관련 유전자 변이는 동아시아인보다 비아시아인 및 혼합 인종 집단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의 평균 연령과 검사 범위도 변이 발견률과 관련이 있었다. 평균 연령이 낮은 연구일수록, 또 검사한 유전자 수가 많을수록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생식세포 변이는 후천적으로 암세포에서만 발생하는 체세포 변이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존재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다. 따라서 폐암 환자에서 관련 변이가 확인될 경우 본인의 암 발생 위험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유전적 위험을 평가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유방암과 난소암에서는 BRCA1·2 등 유전적 소인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활발했던 반면 폐암에서는 관련 변이의 분포와 특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가족력이나 젊은 연령에서의 발병 등 고위험 특성을 가진 폐암 환자에서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가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확인된 만큼, 향후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유전 평가의 역할을 검토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존 28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인 만큼 연구별 검사 대상과 유전자 패널, 환자 구성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과만으로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가 폐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팀은 향후 폐암 환자 가운데 유전 평가가 특히 필요한 고위험군을 구체화하고, 환자와 가족의 암 예방 및 조기진단에 유전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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