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VS 오비맥주, '소주 공장 인력' 난맥상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4-09-26 17:01:34
신세계L&B소속 제주소주 직원, '모셔오기' 예상
둘다 '웃는 선택' 결과, 오비맥주 '산 넘어 산'

[메가경제=정호 기자]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을 가동하기 위해 야심차게 제주소주를 인수했지만 '인력' 문제라는 난관에 부딪쳤다.

 

26일 주류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이달 중순 신세계 L&B가 적자 사업장이었던 제주소주를 매각했지만 아직 인력 처우 문제가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가동 인력이 아직 전부 신세계 L&B 소속으로 등록되어있기 때문이다. 직원 처우를 두고 오비맥주와 신세계 L&B의 입장 차이는 서로 다르다. 

 

▲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와 소주 생산 기지를 어부지리로 얻는 결정이 된 셈이다.[사진=연합뉴스]

 

오비맥주는 "기존 직원들을 100% 고용승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신세계 L&B 관계자는 "공장 가용 인력은 전부 신세계 L&B 직원이 파견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 신세계·오비맥주 '상부상조' 제주소주 매각 

 

신세계L&B는 지난 6월 경영 효율성 강화를 목적으로 제주소주를 물적 분할하고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제주소주 인력들이 전부 신세계 L&B소속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소주는 2011년 설립됐으며 신세계가 새로운 한류 열풍을 이끌겠다는 취지로 2016년 19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당시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에서는 2017년부터 올레 소주를 '푸른밤' 으로 리뉴얼하며 국내 주류 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키우기 위해 신세계는 자금으로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손실만 누적되는 결과를 낳았다. 

 

주된 이유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를 비롯한 가정 판매처는 확보할 수 있었지만 주류 소비가 많은 유흥 시장 공략에 실패했디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등 경쟁사에 비한 제품력 측면도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쌓인 적자만 434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국내 시장에서 저조한 사업성과로 인해 사업 방향성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과일 맛 소주 소비 시장이 활성화되는 동남아로 고정했다. 오비맥주는 신세계 입장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 제주소주를 인수한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 배경에는 몽골, 대만, 호주, 유럽 등 해외 시장에 고루 분포된 맥주 카스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K-소주' 열풍에 편승한다는 복안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오비맥주의 카스 수출량은 지난 2020년 대비 수출 물량이 약 66% 증가했다. 2020년 이후 약 14%의 수출 성장 폭을 기록하고 있다.  

 

소주 수출액 호조세 또한 올해 상반기 4832만달러를 기록하며 유지되는 분위기다. 전년 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이 10년만에 1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오비맥주는 이 흐름에 해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미투제품'까지 유통될 정도로 한국 소주가 입지를 키우는 시장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 또한 인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오비맥주는 전자공시 기준 1조5500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전년 대비 0.6% 줄어든 수치다. 주된 이유로는 경쟁사의 맥주 포트폴리오 강화와 엔데믹 전환 이후 광고 선전비 등이 꼽힌다. 이 상황으로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제주 소주 인수가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와 소주 생산 기지를 어부지리로 얻는 결정이 된 셈이다.  

 

◆ 오비맥주, 소주 시장 공략 위해 '산 넘어 산'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오비맥주의 제주 맥주 인수는 '윈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현재 제주소주는 현재 ODM(위탁생산)을 맡아 해외 수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판매 중인 '고래소주'는 라벨 디자인이 해외 거래처에 남은 상황이다.

 

달리 말하면 해외수출용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부터 내용물까지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아직 인수가 완벽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다"라며 "공장에 인원들이 전부 신세계 L&B 소속인 것은 맞지만 오비맥주 소속으로 옮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공략은 초장기전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주조 노하우를 갖춘 인력을 지키기 위한 신세계L&B와 제품 개발 인력을 확보하려는 오비맥주의 신경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향토 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 또한 관련 업력만 10년을 넘었고 ODM을 통해 축적한 주조 노하우를 양측에서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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