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꼬리 잘리자 암세포 가속”…간암 GPC3 증폭 원리 규명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9 16:58:38
GPC3 RNA 단축, CSTF2 증가 영향…miRNA 억제 장치 무력화
GPC3 단백질 발현·암세포 증식↑…간암 정밀치료 가능성 제시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간암의 주요 표적단백질인 ‘GPC3(Glypican-3)’가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원리가 규명됐다. GPC3 RNA의 끝부분이 짧아지면서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던 조절 기능을 회피하고, 결과적으로 GPC3 발현과 암세포 증식이 증가하는 구조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은 남석우 병리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간암에서 GPC3 발현을 증가시키는 RNA 후전사 조절 기전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 남석우 병리학교실 교수와 대학원 과정 전소영 학생. [사진=가톨릭중앙의료원]

 

GPC3는 정상 성인의 간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지만 간세포암(HCC)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단백질이다. 간암 진단 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며 항체치료제와 CAR-T 세포치료제의 표적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간암에서 GPC3가 증가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상위 조절 기전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연구팀은 간질환 환자 코호트와 TCGA, ICGC 등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원인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간암 조직에서는 GPC3 RNA 끝부분인 3′ 비번역부위(3′UTR)가 선택적 폴리아데닐화(Alternative Polyadenylation·APA)에 의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UTR의 단축 정도가 클수록 GPC3 발현량도 높았다. GPC3는 간암에서 APA의 영향을 크게 받는 유전자 가운데 하나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조절 단백질로 ‘CSTF2(Cleavage Stimulation Factor 2)’를 지목했다. CSTF2를 억제했을 때 GPC3의 RNA 3′UTR이 다시 길어졌으며, 반대로 CSTF2를 증가시키면 짧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GPC3 발현이 증가하는 과정도 확인했다. 정상 간에서는 GPC3의 긴 3′UTR에 ‘miR-96-5p’와 ‘miR-140-5p’라는 두 종류의 miRNA가 결합해 GPC3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한다.

 

반면 간암에서는 CSTF2가 증가하면서 GPC3의 3′UTR이 짧아지고 두 miRNA의 결합 부위도 함께 사라진다. 이에 따라 miRNA에 의한 억제를 회피하면서 GPC3 단백질 발현이 증가하고 암세포 증식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CSTF2 증가→APA에 따른 GPC3 3′UTR 단축→miRNA 억제 회피→GPC3 발현 증가’로 이어지는 조절 기전을 제시했다. RNA가 만들어진 이후 조절되는 후전사 단계가 간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이번 연구는 향후 표적치료 연구에도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제시한다. 현재 GPC3 표적치료가 주로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겨냥하는 것과 달리, 연구팀은 GPC3 발현을 조절하는 CSTF2를 대상으로 RNA 단계에서 개입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CSTF2와 GPC3를 간암 진단 바이오마커와 표적치료 후보로 활용할 가능성도 연구 결과를 통해 제시됐다. 다만 이번 연구가 CSTF2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간암 치료제의 임상적 효능을 입증한 것은 아니며, 새로운 치료 접근 가능성을 제시한 단계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간암에서 CSTF2 증가와 APA에 따른 GPC3 RNA의 3′UTR 단축, miRNA 억제 회피로 이어지는 발현 조절 기전을 확인했다”며 “GPC3 단백질 자체뿐 아니라 이를 조절하는 RNA 단계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향후 간암 정밀의료와 새로운 표적치료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가톨릭대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남석우 교수가 교신저자, 대학원 박사과정 전소영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Oncogene’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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