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자른 췌장, 혈당 지켰다”…수술 후 대사질환 새 전략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9 17:14:58
췌장 꼬리암 320명 분석…최소 절제 후 생존·재발 차이 없다
췌십이지장절제 94명 분석…효소 보충군 지방간 절반 이하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췌장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혈당 악화와 지방간을 줄이기 위한 맞춤형 전략이 제시됐다. 췌장 꼬리 부위 수술에서는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고, 췌장 머리 부위 수술 이후에는 부족해진 소화효소를 보충하는 방식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윤유석 외과 교수 연구팀이 췌장암·췌담도질환으로 췌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당뇨병과 지방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각각 다기관 연구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 윤유석 외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능과 음식물 소화·흡수를 돕는 효소를 만드는 외분비 기능을 동시에 담당한다. 일부를 절제하면 이 두 기능이 감소하면서 수술 후 혈당 조절 악화나 지방간 등 대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먼저 췌장 꼬리암 수술 환자 320명을 분석했다. 췌장 꼬리에는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많이 분포해 있어 절제 범위가 넓어질수록 혈당 조절 기능 저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췌장 실질을 최대한 보존하는 최소 절제 전략의 효과를 살폈다.

 

3개 기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방식으로 넓게 절제한 환자군과 췌장 조직을 최대한 보존한 환자군 사이에서 생존기간과 재발률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수술 1년 뒤 혈당 관련 지표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 절제군의 당화혈색소(HbA1c)는 수술 전보다 0.57%포인트 상승했지만, 보존군은 0.1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생존과 재발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으면서도 췌장 조직을 더 남긴 환자군에서 혈당 악화 폭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 것이다.

 

췌장 머리 부위 수술 이후에는 다른 접근법이 확인됐다. 췌십이지장절제술로 췌장 머리 부위가 제거되면 소화효소 분비가 줄어 영양 흡수가 떨어지고 지방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팀은 수술 이후 고용량 췌장효소제를 투여하는 방식이 지방간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7개 기관 무작위 대조시험에 참여한 환자 94명을 살펴본 결과, 수술 1년 후 지방간 발생률은 췌장효소 복용군에서 9.5%로 나타났다. 위약군은 23.1%로, 효소 복용군의 발생률이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수술 후 체중 변화도 중요한 지표로 확인됐다. 수술 이후 3개월 동안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에서는 지방간 발생률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췌장 수술 부위와 수술 이후 기능 저하 양상에 따라 관리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꼬리 부위 수술에서는 췌장 조직 보존을 통해 내분비 기능 저하를 줄이고, 머리 부위 수술에서는 췌장효소 보충을 통해 외분비 기능 감소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췌장 수술의 평가 기준을 생존과 재발뿐 아니라 수술 이후 대사기능과 삶의 질까지 확대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췌장 수술 이후 나타나는 대사기능 변화는 절제 부위와 남아 있는 췌장 기능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꼬리 부위에서는 조직 보존, 머리 부위에서는 효소 보충이라는 서로 다른 전략이 수술 후 혈당과 지방간 관리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췌장 수술 후 혈당 악화 감소 전략을 다룬 연구는 국제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에, 지방간 예방 전략을 다룬 연구는 국제간담췌외과학회(IHPBA) 공식 학술지 ‘HPB’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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