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의 또 다른 가능성"…뇌경색 환자 독립생활 비율 20%p↑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6 19:06:46
서울대·서울아산병원 등 3개국 4개 기관, 혈전제거술 환자 429명 분석
SGLT2 억제제 처방군 65.1% vs 미처방군 45.3%…추가 임상 검증 필요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SGLT2 억제제가 뇌경색 환자의 회복 과정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혈전제거술을 받은 당뇨병 동반 뇌경색 환자 가운데 해당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3개월 후 타인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환자의 연령과 성별, 기저질환, 뇌졸중 중증도 등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결과 독립생활이 가능한 환자 비율은 처방군 65.1%, 미처방군 45.3%로 약 20%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다만, 약물의 직접적인 회복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 김정민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양욱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16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정민 신경과 교수팀과 양욱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한국·스위스·이탈리아 4개 의료기관에서 혈전제거술을 받은 당뇨병 동반 뇌경색 환자 429명의 치료 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이탈리아 볼로냐 마조레병원, 스위스 로잔대병원이 참여했다. 분석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동맥내혈전제거술을 받은 환자들이다.

 

동맥내혈전제거술은 가느다란 관인 카테터를 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막힌 뇌혈관을 다시 열더라도 환자에 따라 신경학적 장애가 남을 수 있어 이후 기능 회복을 돕는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연구팀이 주목한 약물은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다. 이 약물은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해 혈당을 낮춘다. 당뇨병 치료뿐 아니라 심부전과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혈관·신장 관련 예후 개선 효과도 확인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뇌졸중 환자의 기능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앞서 단일 의료기관에서 SGLT2 억제제 사용과 뇌졸중 회복의 연관성을 보고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중등도·중증 환자에서도 같은 연관성이 나타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여러 국가의 의료기관으로 분석 범위를 확대하고, 혈전제거술을 받은 환자만을 대상으로 처방 여부에 따른 회복 상태를 비교했다.

 

전체 환자의 평균 연령은 73.5세였다. 초기 뇌졸중 중증도를 평가하는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척도(NIHSS) 점수는 중앙값 12점으로 중등도·중증에 해당했다.

 

연구 대상자 429명 가운데 퇴원 시 SGLT2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51명, 처방받지 않은 환자는 378명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의 3개월 후 장애 정도를 수정랭킨척도(mRS)를 이용해 평가했다. 이 척도는 증상이 없는 상태를 0점, 사망을 6점으로 구분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장애가 가볍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통계적 보정 이후 처방군의 mRS 중앙값은 2점으로 미처방군의 3점보다 낮았다. 전반적인 장애 정도가 처방군에서 더 가벼운 방향으로 나타난 것이다.

 

독립생활이 가능한 상태인 mRS 0~2점에 해당하는 환자 비율도 차이를 보였다.

 

처방군에서는 65.1%가 독립생활이 가능한 상태였던 반면, 미처방군에서는 45.3%에 그쳤다. 두 집단의 차이는 19.8%포인트였다.

 

다른 통계 보정 기법인 역확률가중치와 성향점수 매칭을 적용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연령과 성별, 초기 뇌졸중 중증도, 지역별로 나눈 하위집단에서도 연관성의 크기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SGLT2 억제제 처방 비율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대상 환자 중 해당 약물을 처방받은 비율은 2020년 4.5%에서 2024~2025년 21.1%로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의 뇌경색 회복 관련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기존 환자의 치료 기록을 분석한 후향적 연구인 만큼 처방 여부와 기능 회복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이지, 약물 자체가 뇌졸중 회복을 촉진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향후 연구팀은 기초 연구를 통해 신경 회복과 관련된 작용 기전을 규명하고, 전향적 임상연구를 통해 실제 치료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양욱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이후 기능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SGLT2 억제제가 뇌졸중 환자의 기능 회복을 돕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민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맥내혈전제거술을 받은 당뇨병 동반 뇌경색 환자에서 SGLT2 억제제 처방과 더 나은 기능적 예후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다기관 연구”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기초 연구를 통해 신경 회복 기전을 이해하고, 전향적 임상연구를 통해 이 결과가 검증된다면 뇌졸중 환자의 당뇨 치료 및 회복 관리 지침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임상연구 조정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Stroke(IF 11.1)’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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