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최장 16년’ 친척 회사 숨겨 규제 피하다 들통...檢 고발 당해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6-14 18:01:59
조카, 사촌 등 친족 소유 회사 공정위 지정자료 제출 시 누락
친족 회사, 내부거래 최대 90%...하이트진로 "충분히 소명할 것"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조카, 사촌 등 친족 소유나 임직원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고의로 숨겨 대규모기업집단 규제를 피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박문덕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 과정에서 친족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 5곳과 (유)평암농산법인 등 위장계열사를 일부러 대상에서 누락시킨 사실을 적발했다. 

 

▲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박 회장은 두 조카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한 연암과 송정의 계열사 미편입 보고를 받고도 공정위에 자료 제출 시 누락을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세진 연암 대표와 박세용 송정 대표는 박 회장의 친형인 박문효(74)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의 두 아들로,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를 창업한 고 박경복 창업주의 손자인 오너 3세다.

연암은 주류나 음료의 라벨·파우치·롤 등을 만드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 210억 원, 영업이익 4억 원이며, 지난 9월 말 결산 기준 내부거래액은 6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2% 정도다.

송정은 종이원지·조립캡 등 포장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 85억 원, 영업이익 5억 원을 거뒀으며, 내부거래액은 4억 원 가량으로 크지 않다.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2월 두 회사가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지만 2019년 공정위 지적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들 회사를 누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박문효 회장이 지난 2014년 3월 하이트진로산업 임원직에서 물러나 친족독립경영 여건을 조성한 후 편입 신고할 계획을 세웠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5조 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돼 하이트진로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것을 예상하고 같은 해 6월 자진시정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 등 회사들도 누락시켰다. 이들 회사는 PET용기·플라스틱캡·파렛트 등 주로 하이트진로에 납품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하이트진로 로고



박 회장의 고종사촌인 이상진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한 대우화학은 지난해 매출 166억 원 가운데 약 89%에 달하는 147억 원이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은 이 대표의 아들인 이동준 씨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분도 손자인 이은호 씨, 인척인 구문회 씨 등을 포함해 일가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대우컴바인은 매출액 119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으로, 특히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음료 두 회사와의 내부거래액 규모가 109억 원에 달해 전체 매출에서 무려 92%를 차지한다.

대우패키지는 지난해 매출액 110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거뒀으며, 내부거래액은 19억 원을 기록했다.

3곳 회사는 하이트진로와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계열사 직원들도 박 회장의 친족회사로 알고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서 파악됐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음료는 대우컴바인 설립 직후인 지난 2016년 4월 자금 지원 확대를 이유로 거래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 하루가 채 안 걸렸으며, 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에만 사업장 부지를 빌려주는 등 다른 납품업체에 적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지원해 온 사실도 확인했다. 

 

▲ 지정자료 허위제출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뿐만이 아니다. 박 회장은 (유)평암농산법인의 존재를 알면서도 공정위에 자료 제출 시 누락시킨 정황도 밝혀졌다.

(유)평암농산법인은 보유하고 있던 창원시 농지를 하이트진로 계열 진로소주에 넘긴 회사로 주주와 임원이 모두 계열사 직원으로 구성됐다. 이 농지는 지난 2017년 11월에 진전평암일반산업단지계획에 따라 산업시설용지 등으로 전용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4년 6월 (유)평암농산법인의 계열 누락 사실을 확인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처벌 정도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자료는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도 확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은 1991년 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대표를 맡아 재직했으며, 해당 검토 관련 법적 책임을 진 당사자다. 그럼에도 지난해 공정위 현장조사에서 계열 누락 사실이 밝혀지자 편입신고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박 회장은 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 등 3개사 관련 친족 7명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공정위 자료 제출 시 누락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총수의 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 친족은 현황자료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를 통해 친족 보유 미편입계열사가 규제기관·시민단체 등 외부감시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를 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박 회장이 지정자료 허위제출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다고 봤다. 2003년부터 다수의 지정자료 제출 경험이 있으며, 허위제출행위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도 밝혔다.

또한 일부 계열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이르는 동안 미편입계열사들이 사익편취 금지, 공시 의무 등 경제력집중 억제시책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으며, 미편입계열사 보유 친족을 누락해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적용이 차단된 사실도 공정위의 고발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과정 중 해당 계열사들 모두 동일인과 무관,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며 “고의적인 은닉이나 특별한 경제적 이득을 의도하거나 취한 바 없음을 소명했으나 충분히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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