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07-08 14:56:34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국토교통부가 곧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과연 진정한 상생 방안이 될 수 있을지 택시 업계와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가 서비스를 하려면 택시면허를 사거나 대여해야하고, 택시를 포함한 운송사업자 면허 총량은 현재 수준에서 관리하는 내용의 정부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업계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과 막바지 협의를 진행중이며, 발표시기는 유동적이긴 하지만 이달 10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심 운행 중인 '타다' 차량. [사진= 연합뉴스]
도심 운행 중인 '타다' 차량. [사진= 연합뉴스]


국토부가 준비중인 상생 종합방안의 골자는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신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운송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고, 둘째는 플랫폼 업체가 여객 운송사업에 참여하려면 운행 대수만큼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거나 임대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는 ‘여객운송사업 면허 총량제’ 신설이다.


‘운송사업자 지위 부여’는 미국처럼 플랫폼 업체 설립 및 운영 기준을 일정 수준으로 설정해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미국의 경우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원하는 업체에 ‘운송네트워크사업자’(TNC) 면허를 발급한다. TNC면허를 받으려면 보험 계약 등 일정한 평가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수입의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세계적인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우버·리프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택시 면허 매입’은 플랫폼 서비스를 하려는 업체는 희망하는 운행 대수만큼 사전에 면허를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 100대로 서비스하려면 동일한 숫자의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하거나 임대해야 한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7천만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대여 가격은 월 40만원 선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면허 총량제’는 기존 택시부터 플랫폼 서비스까지 운송사업에 부과하는 면허 총량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운송사업자가 진입하더라도 택시면허를 현 수준에서 관리해 공급과잉을 막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전국의 택시는 25만대 수준이다.


이같은 국토부 대책과 관련, 택시업계로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 총량제 도입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해소될 수 있고, 플랫폼 업체가 택시면허를 매입하거나 대여하게 되면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에서는 찬반 입장이 나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대책이 현실화된다면 당장 자금력을 갖춘 업체만이 플랫폼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설사 자금력을 갖춘 업체라고 하더라도 현재와 비교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타다’가 현재 규모의 서비스(약 1천대 가량)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면허 매입 가격만 약 70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금력이 없는 업체로서는 엄두를 낼 수도 없는 규모다.


TNC 면허를 받고 원하는 만큼 개인면허를 매입 또는 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업체라면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같은 허들은 선도 업체가 후발 업체 진입의 난립 가능성도 자연스레 막아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서비스 '그랩(Grab)'. [사진= 연합뉴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서비스 '그랩(Grab)'. [사진= 연합뉴스]


서비스 합법화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반대할 플랫폼 업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자금력이 부족한 혁신 스타트업의 진입을 아예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건강한 혁신 생태계는 자금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산업은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우버나 리프트, 동남아의 그랩 같은 차량공유서비스들도 처음에는 아이디어와 도전정신만으로 혁신 서비스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이었다.


자금력과 면허 총량 등의 높은 장벽을 미리 쌓아놓으면 사실상 ‘돈 없는’ 스타트업의 진입을 막아놓는 거나 다름없다는 반론이 나올 만하다.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차량 매입 금액에다 개인택시 면허·매입 금액까지 큰 비용이 들게 되면 고객의 서비스 이용료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 간의 갈등에 정작 중요한 ‘소비자의 입장’이 빠져 있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번 국토부의 대책에도 역시 소비자의 입장은 간과되고 있다는 느낌이 짙다.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제도 안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같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라고 한다. 말대로 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물론 산업혁신으로 인한 기존 피해자를 외면해선 안된다. 하지만 새로운 대책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에서 후퇴하는 인상을 주거나,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면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곧 발표될 정부의 대책은 기존 택시 업계와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상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어떤 경우라도 시간에 쫓긴 듯 서둘러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산업혁신의 시대적 대세를 거스르는 새로운 허들이 돼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한 번 친 장벽을 다시 허물고 새로 지으려면 몇 곱절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섣부른 정책의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곧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대책은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혁신 추구’라는 일관성 있는 전략을 견지하며 업계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입장도 적극 반영하려는 다각도의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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