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주도주 유지…전력 인프라 등 순환매 주목
추격매수·빚투 경계하고 분할매수로 변동성 대응
올해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였다. 코스피는 상반기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갈아치운 뒤 40여 일 만에 고점 대비 40% 안팎 급락했고, 다시 7000선을 되찾았다. 하루에 3% 이상 빠진 날만 29번, 3% 이상 오른 날은 32번이었다. 이런 장을 지나온 투자자라면 “더 사도 될까, 팔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남은 석 달, 필자의 답은 ‘방향’을 믿되 ‘속도’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연말까지 시장을 움직일 첫 번째 변수는 유가와 금리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우려가 커지고, 긴축 경계 속에 채권금리와 달러가 오르며 주가를 누른다. 유가가 안정되면 이 사슬은 거꾸로 풀린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4년 만의 최고치인 5.3%대까지 오른 배경에도 이런 흐름이 자리한다.
![]() |
| ▲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 |
다만 지금의 고금리는 견조한 경기 흐름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 경계할 것은 금리의 ‘수준’보다 ‘속도’다. 과거에도 금리가 6개월 새 1%포인트 넘게 뛸 때 조정 위험이 커졌다. 다행히 최근 미국의 물가와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 우려는 한풀 꺾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이란과의 긴장을 누그러뜨려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 변수는 기업 이익, 즉 ‘방향’이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금리와 심리에 흔들려도 길게 보면 결국 이익을 따라간다. 9월 한국 수출은 1년 전보다 80% 넘게 늘었고 반도체 수출은 3.6배가 됐다. 이달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 미국 빅테크로 이어지는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익 증가세를 확인해 줄지가 중요하다. 정리하면 투자자가 챙겨볼 지표는 다섯 가지다. 국제유가, 미국 10년물 금리의 상승 속도, 원·달러 환율, 외국인 순매수, 그리고 기업들의 이익 전망 변화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을 더 사도 될까. ‘한꺼번에’가 아니라 ‘나눠서’라면 그렇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대로, 2010년 이후 중간값(약 10배)의 절반 수준이다. 이익은 늘었는데 주가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PER이 6배로만 돌아와도 코스피는 7700선 안팎에 이른다.
이런 구간에서 매도의 실익은 크지 않다. 다만 유가와 금리가 다시 튀거나 ‘AI 투자 속도조절론’이 불거지면 변동성은 언제든 커질 수 있다. 시점을 맞히려 하기보다 매수 시점을 분산하는 것, 즉 투자할 돈을 몇 차례로 나눠 지수가 크게 흔들리는 날마다 조금씩 담는 분할매수가 개인투자자의 가장 현실적인 무기다. 미리 정해둔 원칙이 있어야 급락한 날에도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올해를 이끈 반도체·AI의 시대는 끝났을까. 필자는 ‘피크아웃’ 논란은 이르다고 본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고,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도 주가 고점은 실적 정점이 아니라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처음 나올 때였다.
다만 주도주 안에서도 순서는 바뀐다. 대형 반도체가 숨을 고를 때 장비·소재, 전력기기·냉각 같은 AI 인프라, 실적이 좋아지는데도 덜 오른 업종으로 순환매가 이어질 것이다. 주도주는 들고 가되 새로 투자할 돈은 덜 오른 쪽에 배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도주를 팔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도 주가가 아니라 이익 전망이 꺾이는지 여부다.
특히 AI의 병목이 칩에서 전력으로 옮겨가는 만큼 전력 인프라는 내년까지 주목할 영역이다. 채권도 다시 볼 때다. 금리가 24년 만의 고점권인 만큼 상승 속도가 진정되면 이자와 가격 상승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연말까지 가장 경계할 위험은 시장 밖보다 투자자 안에 있다. 급등주를 뒤늦게 쫓는 추격매수, 사고나 신기술 소식에 들썩이는 테마 쏠림, 그리고 지난여름 급락의 상처를 키운 빚투와 레버리지다.
그 급락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고점 대비 30% 가까이 줄어든 뒤에야 멈췄다. 테마는 실적이 따라오지 않으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고, 레버리지는 하락장에서 회복할 시간을 빼앗는다. 오른 종목을 사고 싶다면 이익 전망도 함께 오르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결국 시장을 이기는 것은 예측이 아니라 원칙이다. 남은 석 달, 세 가지만 기억하자. 가격보다 이익을 보라. 한 번에 사지 말고 나눠서 사라. 테마는 실적으로 확인하라. 이익이 늘어나는 한 시장의 방향은 위를 향한다. 그 믿음이 있다면 흔들림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본 칼럼의 내용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