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50∼299인 사업장 주52시간제 안착 대책 발표...노·사 모두 "부정적"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11-18 16:13:38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요건에 '경영상 사유' 포함
민주노총 "총파업 준비"…경총 "법으로 시행 1년 이상 늦춰야"

[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정부가 처벌 유예 계도기간 부여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완화를 골자로 한 주 52시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을 담은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입법의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총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는 중소기업에 대해 법정 노동시간 위반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6개월 이상 부여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기업의 ‘경영상 사유’도 포함시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안 될 경우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며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체 50~299인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도기간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기간까지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도기간까지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기업에 부여한 계도기간을 고려해 그보다 좀 더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간 300인 이상 기업에는 6개월의 계도기간이 부여됐고 일부 기업에게는 9개월이 주어진 바 있다.


이 장관은 또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와 재난 등을 당한 사업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집중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연장근로를 법정 한도(1주 12시간) 이상으로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사실상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를 허용하는 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밖에도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비용 부담 최소화를 위한 지원 강화,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에 대한 외국인 고용허용한도(E-9) 한시적 상향 조정, 인력 부족이 심각하고 내국인 취업을 기피하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 대한 동포(H-2) 취업 허용 업종 확대 등에 대한 추진 방안을 밝혔다.


정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보완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노동계는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52시간제 계도기간 설정의 근거 없음과 부당함에 대해 질릴 정도로 역설해왔지만,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시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을 핑계로 ‘충분한 유예’ 요구를 수용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시행규칙 개악으로 특별연장노동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노동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셔 “최저임금 1만원 정책 포기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개악 시도에 맞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모아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강력한 정책 추진의 의지보다는 ‘보완’이라는 이름으로 애매모호한 시그널을 기업에 보내왔으니 어떤 기업이 최선을 다하겠는가”라며 “정부가 가져야 할 것은 노동시간단축을 시행과 안착을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또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와 경영상 사유는 사용자가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있으며, 자의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더군다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임의로 노동시간을 연장한 뒤 사후에 받을 수도 있다”며 ‘경영상 사유’를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에 포함하기로 한 데 대해 우려했다.


경영계도 이번 보완 대책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논평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계도기간 부여는 범법인 상태라도 형벌만 미루겠다는 것으로,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법으로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특별연장근로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 여부도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며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를 "법으로 제도화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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