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부터 수출 직격탄”…EU 탄소장벽, 한국 수출 구조 뒤흔든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3 09:27:20
CBAM 2028년 전방산업까지 확대…기계·전자·자동차까지 '탄소 비용' 직격탄
무상할당 축소로 비용 폭증…EU 수출 최대 17.9% 감소 전망, 저탄소 전환 '골든타임 5년'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對)EU 수출에 미칠 파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2031년을 기점으로 탄소 비용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 전반에서 저탄소 공급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무협]

 

기존 철강·알루미늄 중심의 규제가 기계·전자 등 전방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주력 수출 품목 상당수가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U가 추진 중인 CBAM 제도 개편은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사실상 ‘탄소 기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8년 대상 품목 확대와 2034년까지 이어지는 역내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폐지 정책이 맞물리면서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변수는 적용 범위의 확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는 지난해 12월 CBAM 적용 대상을 기존 철강·알루미늄 등 기초 소재에서 기계류, 전자기기, 수송기계, 정밀·의료·계측기기 등 이른바 ‘다운스트림(전방산업)’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 202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적용 품목은 약 180개에 달한다.

 

보고서에는 새롭게 포함되는 품목의 약 94%가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높은 산업용 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히 원자재 수출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 전반으로 CBAM 영향이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 기계, 전자 등 대부분이 탄소 비용 부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비용 부담이 실제로 체감되는 시점은 2031년으로 지목된다. EU는 역내 기업에 제공하던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을 2026년 97.5%에서 2034년 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인데, 2031년에는 무상 비율이 39%까지 떨어지며 절반 이하로 급감한다. 

 

이는 EU 내부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역외 기업에도 적용하겠다는 CBAM의 기본 취지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수출 물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별도의 저탄소 전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탄소 비용 증가로 수출 가격이 1% 상승할 때 수출 물량은 약 0.9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감소폭이 빠르게 확대된다는 게 무협의 분석이다. 

 

실제로 2030년까지는 CBAM 대상 품목의 대EU 수출이 0.9~5.3% 감소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무상할당이 급격히 줄어드는 2031년 이후에는 감소폭이 7.7~17.9%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 저하를 넘어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탄소 비용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이전하거나, EU 외 지역으로 수출 시장을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기술 개선에 따른 탄소 집약도 하락이나 제3국으로의 수출 전환 가능성은 이번 분석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영향은 더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대응 시한이 사실상 5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는다. 

 

이관재 무협 수석연구원은 “2028년 적용 범위 확대와 2031년 비용 부담 급증이라는 이중 변곡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라며 “2030년 이전까지 저탄소 설비 투자와 공정 혁신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CBAM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판도를 바꾸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원료 전환, 공급망 전반의 탄소 관리 체계 구축 등 전방위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경우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정책적 지원과 함께 산업 차원의 공동 대응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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