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정부 중재안까지 거부"…전삼노 협상 결렬에 반도체 공급망 불안 커진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3 10:34:10
"영업익 15% 고정 보장·성과급 영구 제도화 요구로 결국 협상 평행선"
정부 사후조정 무산에 삼성전자 내부 “대화보다 강경투쟁 고수” 우려 확산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정부의 사후조정 절차에도 끝내 결렬되면서 반도체 생산 안정성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오는 5월 21일부터 3주간 예정된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와 정부가 제시한 중재안까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거부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사진=챗GPT4]

 

특히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이지만 향후 불확실성에 따른 경영 유연성을 배제한 성과급 ‘고정 제도화’를 노조가 끝까지 고수하면서 이번 타협이 무산됐다는 게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삼성전자와 전삼노, 정부가 주도한 사후조정 과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 측이 새벽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와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중재 절차도 최종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정부가 노사 양측 주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협의를 지원했지만 노조가 결렬을 선언했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결렬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임직원과 주주, 협력사 전반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결정은 협상 타결을 기다리던 임직원은 물론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 "영업익 15% 달라" vs "HBM 투자 막힌다"…성과급 충돌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체계의 ‘강제 제도화’ 여부였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보장하고, 현재 연봉 50% 수준인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 성과급 지급 기준의 단체협약 명문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경영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을 구조적으로 보장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여기에 OPI 일부를 삼성전자 주식으로 지급하는 장기 보상 확대안까지 요구하면서 사측의 협상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특유의 업황 변동성과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할 때 성과급을 고정 공식처럼 제도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인 만큼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보장할 경우 향후 대규모 적자 국면에서 투자·고용·연구개발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회사 내부에서 제기온 실정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한파 당시 DS(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AI 메모리 중심으로 실적 회복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회복 국면에서 경영 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시각이 크다.

 

회사는 대신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 OPI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특별보상을 확대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삼성전자가 매출·영업이익 기준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DS 부문 특별 보상을 강화하고, 영업이익의 약 12% 수준 특별보상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실적과 경영 상황을 반영한 탄력적 보상 방식으로 삼성전자 측은 성과와 업황을 고려한 유연한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정부 중재안까지 거부한 노조의 강경 기조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조정안은 사회적 여론과 산업 현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방안이었다”며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결국 대화보다 강경 투쟁 기조를 우선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HBM4 공급 비상 걸리나"…노사 충돌에 정부까지 등판

 

업계에서는 노사 간 갈등이 AI 반도체 공급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전자가 현재 HBM4 등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 확대와 글로벌 고객 대응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는 생산 안정성과 고객 신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중노위 사후조정 카드까지 꺼내든 것도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 차원의 리스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과 공급망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회사 측은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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