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수주전 번진 ‘마이너스 금리’…조합원 혜택 뒤에 숨은 위법 리스크

윤중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3 10:30:03
신반포19·25차서 CD-1% 조건 등장
서초구·성동구 경고 속 성수4지구는 금지 조항 신설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마이너스 금리’ 수준의 금융 조건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과열 경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합의 금융비용을 낮춰 표심을 확보하려는 건설사 전략이지만,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중금리보다 낮은 자금 제공이 도시정비법상 금지된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반포 19·25차 통합재건축 사업장 위치도 [사진=서울시]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19·25차 통합재건축 사업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사업비 대출금리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CD-1%’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도 CD금리에 사실상 가산금리를 붙이지 않는 조건을 내세우며 금융 조건 경쟁에 가세했다. 최근 CD금리가 2%대 후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CD-1% 조건은 1%대 후반 금리로 해석된다.

 

금융 조건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원 부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사업비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만큼 금리가 낮아질수록 금융비용 절감 효과는 커진다. 다만 시공사가 금융기관 대출금리보다 낮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이를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별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역시 이주비 등을 무상 또는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서초구청은 최근 신반포19·25차 조합에 시중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융 조건이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비슷한 논란은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에서도 불거졌다. 대우건설은 첫 번째 입찰 당시 사업비 조달 금리로 ‘CD-0.5%’를 제안했다. 하지만 성수4지구 조합은 재입찰 과정에서 CD금리보다 낮은 마이너스 금리 제안을 금지하는 조항을 입찰 지침에 새로 넣었다. 성동구도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공정입찰 간담회를 열고 관련 법령과 금품·향응 제공 금지 규정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도 유사한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건설사들이 제시한 이주비 지원, 사업비 무이자 지원, 분양가 보장 등 다수 조건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입찰 절차 중단과 수사 의뢰에 나섰다. 이번 마이너스 금리 논란도 선정 이후 소송이나 민원으로 이어질 경우 조합이 기대한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사업 지연 비용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조합원에게 유리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사비 증액이나 설계 변경, 금융 조건 이행 분쟁 등으로 부담이 되돌아올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 업계관계자는 “행정당국이 이를 과도한 이익 제공으로 판단할 경우 입찰 무효, 시공자 선정 취소, 소송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경쟁이 조합원 혜택인지, 수주 질서를 흔드는 편법 경쟁인지를 둘러싼 판단이 향후 서울 정비사업장의 새 기준이 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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