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터지는 '폭탄'…보조배터리 사고에 항공업계 '긴장'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2 10:39:11
국내외서 보조배터리 잇단 연기·화재 사고
각 항공사, 보조배터리 관리 기준 전면 강화
ICAO, 리튬보조배터리 ‘최고 위험 품목’ 분류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최근 항공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로 인한 연기·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자체 안전조치를 잇달아 강화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차원의 추가 가이드라인 마련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2시10분께 중국 하이난성 싼야국제공항을 출발해 청주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TW634편 기내에서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했다. 승무원들이 즉시 해당 배터리를 물에 담그는 방식으로 조치하면서 화재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여객기는 예정 시각보다 약 40분 빠른 오전 6시37분 청주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연기를 흡입한 승무원 3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

 

▲ 최근 항공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로 인한 연기·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해당 보조배터리의 용량과 항공 보안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중심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최근 보조배터리 관련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이달 8일 밤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승무원이 즉시 소화기로 진압해 1~2분 만에 꺼졌으며, 승객 1명이 손에 화상을 입었다. 항공기는 비상착륙 없이 홍콩에 정상 도착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여객기 기내에서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한 바 있다. 기내 선반에 보관된 상태였다면 초기 발견이 늦어져 대형 화재로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가 이어지자 항공사들은 보조배터리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부터 기내와 공항에서 발견된 리튬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등 화재 위험 물품을 분실물로 보관하지 않고 즉시 폐기하는 기준을 적용했다. 승객 편의보다 항공기 안전과 운항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둔 조치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12월부터 보조배터리와 리튬배터리 일체형 전자기기를 즉시 폐기하는 원칙을 도입했다. 기내 선반에는 온도 감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화재 발생 시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백도 기존 1개에서 2개로 확대 비치했다. 관련 대응 절차에 대한 승무원 교육 역시 강화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2월, 5월부터 보조배터리 등 배터리류 유실물을 발견 즉시 폐기하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부터 전 노선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기내 반입은 허용하되 이착륙과 순항 전 구간에서 충전이나 사용은 제한한다.

 

해외 항공사들도 선제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10월부터 전 항공편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싱가포르항공과 베트남항공 역시 기내 충전과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각국 항공당국은 리튬배터리를 기내·위탁 수하물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항공사는 보조배터리를 위탁 수하물에 넣는 것을 금지하고, 일정 용량 이하에 한해 기내 반입만 허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부터 ‘보조배터리 기내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 중이다. 모든 국적사 항공기에 보조배터리 전용 격리보관백 2개 이상 탑재를 의무화하고, 기내 선반 외부에 온도감응형 스티커를 부착해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도록 했다. 탑승 시 관련 안내방송을 2회 이상 실시하고, 보조배터리 화재를 가정한 승무원 실전 훈련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토부 차원의 새로운 지침이 나온 것은 없으며 기존 안전 기준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사고 직후 추가 규제를 서둘러 내놓을 경우 현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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