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중립'에 격앙된 고려아연 노조…경영권 분쟁 '폭발 임계점'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0 15:53:20
국민연금 의결권 미행사에 "투기자본 길 열어"…총파업 카드까지 꺼내
MBK·영풍 겨냥 공세…산업안보·고용 충돌 속 주총 분수령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민연금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정을 둘러싸고 고려아연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국민연금이 사실상 ‘중립’을 선택하면서 사모펀드 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이를 국가 기간산업과 고용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은 물론 총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사진=고려아연]

 

20일 고려아연 노동조합(노조)은 성명서를 내고 국민연금의 최근 의결권 행사 결정에 대해 “무책임한 방관이자 사실상 투기자본에 길을 열어준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미행사’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특히 사모펀드사인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과거 홈플러스 인수 이후 점포 매각과 구조 조정을 단행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노조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투기 자본이 국가 핵심 산업에 진입할 경우 고용 불안과 산업 기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과거 투자 손실 경험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 노조는 국민연금이 내세운 ‘기업가치 훼손 이력’ 기준이 편향적으로 적용됐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이 수십 년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온 점을 강조해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투기 자본의 논리에 치우쳐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권 분쟁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핵심으로 꼽았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우려도 제기됐다. 노조는 고려아연을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핵심 기업으로 규정해 경영권 변동 시 기술 유출과 공급망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아니라 산업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및 산업 영향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산업 보호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영풍 및 MBK 측을 향해 고려아연 경영 개입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해 향후 주총 결과에 따라 총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알렸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번 주총은 단순한 이사 선임을 넘어 경영권과 산업 정책 방향을 둘러싼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두고 국민연금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익률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과 함께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라는 공적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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