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유가 쇼크'에 웃고 울고…정유업계, 수출 잭팟 뒤 '원유 확보 경쟁' 돌입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5 11:03:10
3월 수출 역대급 호조에도 '고유가 착시' 경고…호르무즈 막히자 공급망 비상
유가 급등·급락 모두 리스크…재고평가손실까지 '수익 롤러코스터' 우려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이스라엘 연합과 이란과의 충돌에 따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깜짝 수출 호조’를 기록했지만 업계에서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고 효과와 가격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4월 이후에는 원유 수급 차질과 가격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겹치며, 수익성 불확실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사진=챗GPT4]

 

5일 업계에 따르면 3월 휘발유·경유·나프타 등 석유제품 수출액은 51억5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3월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올렸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이 제품 단가를 끌어올려 수출 금액 확대를 견인한 결과다. 실제로 3월 1~25일 기준 석유제품 수출 단가는 톤(t)당 925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이상 상승했다.

 

국제 유가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3월 배럴당 70달러 초반에서 올해 3월 120달러 후반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각각 60%, 120% 이상 뛰며 정제마진 확대를 이끌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복합 정제마진도 2월 배럴당 평균 10달러 초반에서 3월에는 20달러 후반까지 치솟았다.

 

이런 환경은 국내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OIL, SK에너지 4대 정유사들은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로, 제품 가격 상승이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갖는다.


◆ 호르무즈 막히자 '숨통 조여'…고유가 착시, 원유 확보 경쟁 

 

다만 업계 시각은 신중하다. 최근 수출 호조가 ‘고유가 효과’에 따른 단기적 착시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달부터는 원유 확보 여부가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주요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기존 장기계약 물량 유입이 중단된 영향도 크다.

 

그동안은 분쟁 이전에 선적된 물량과 확보해둔 재고를 활용해 일정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해왔지만, 4월 들어 이러한 완충 장치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일부 정유사들은 설비 가동률 조정이나 정기보수 일정 변경까지 검토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대체 원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미국·아프리카산 원유 도입 확대와 호르무즈 해협 우회 수송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 정유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운송비와 프리미엄까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 고유가 및 유가 급락도 '덫'…정유사, 재고 리스크에 갇힌 '수익 롤러코스터' 경고

 

업계에서는 향후 유가 흐름이 오히려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로 원가 부담 누적과 반대로 전쟁이 종료돼 유가가 급락할 때는 고가에 들여온 원유 재고가 손실로 반영되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전쟁 초기에는 저가 재고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이후에는 그 효과를 다시 반납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로 인해 정유업계는 현재의 호실적 기대감과 달리 ‘불확실성의 정점’에 서 있다는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3월까지는 가격 상승과 재고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원유 수급과 가격 변동성이 실적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며 “앞으로는 하루 단위로 상황이 바뀔 만큼 예측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원료 조달 다변화와 운영 효율화,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에 집중해 ‘비상 경영 모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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