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2심 유죄 파장…유통가 '판촉비' 우회 수취 풍선효과 우려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2 11:08:49
성과장려금·정보료 불법 규정에 유통업계 하도급 계약 구조 개편 불가피
법원, 201억원대 '판촉비'는 무죄 유지…합법적 비용 보전 통로 활용 가능성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대형 유통업체가 관행적으로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해온 방식에 사법부가 전례 없는 제동을 걸면서 유통업계 전반의 하도급 거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유통사들은 하청업체로부터 수취하는 모든 장려금과 수수료에 대해 실질적인 상호 이익이 존재함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으며,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강력한 사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로 성과장려금이나 정보제공료 수취가 사실상 차단된 대형 유통사들이 법원이 무죄를 인정한 '판촉비 분담' 항목을 우회로로 적극 활용해 분담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형 유통업체가 관행적으로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해온 방식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 [사진=챗GPT]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부장판사 최진숙·차승환·최해일)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편의점 운영사 GS리테일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 前 GS리테일 MD부문장(전무)에게도 무죄였던 1심을 뒤집고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대형 유통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구조적 종속 관계를 명확히 짚어냈다는 점에서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1심 재판부는 서면 계약 형식을 중시해 장려금 지급이 납품업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하청업체들이 높은 거래 의존도 때문에 불이익을 우려해 일방적인 비용 요구에 항의하지 못한 실질적 강요 상황에 주목했다.

 

위법성이 인정된 대목은 성과장려금과 정보제공료 등 총 153억여원이다. 조사 결과 GS리테일은 전년 동월 대비 매입액이 증가했을 때 장려금을 받기로 약정했음에도 거래 실적이 없는 첫해나 매입액이 감소한 시기에도 장려금을 수취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위법 소지가 불거지자 성과장려금 명목을 정보제공료로 전환해 성별 판매 비중 등 실효성 낮은 데이터를 대가로 비용을 계속 챙긴 행위도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반면 편의점주 등에게 지급하기 위한 판촉비를 수급업체로부터 분담받은 혐의(201억여원)에 대해서는 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과 같이 무죄가 유지됐다. 공동 판촉 활동을 통해 하청업체 역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에 따라 유통업계가 하도급법 위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향후 판촉비 명목의 수취를 다변화하거나 하청업체의 분담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법적인 비용 보전 통로로 판촉비가 부각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유통사가 판촉비 분담률을 일방적으로 높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도급법 제10조 및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는 납품업자의 판촉비 분담 비율이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촉 행사의 목적, 예상되는 이익의 비율 등을 고려해 사전에 정당한 약정을 맺어야만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어 무분별한 비용 전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비용 보전 관행에 법원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주요 유통사들은 판촉 행사 기획 단계부터 하청업체와의 공동 이익 입증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등 하도급 계약서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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