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리아, 출고 전 보닛 '몰래 교체' 논란…배터리 제재 겹쳐 신뢰 흔들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6 17:33:55
"소비자 알 권리 침해" vs "제조 공정 수정"…법적 판단 촉각
중국산 배터리 미고지 제재까지…벤츠코리아 규제 리스크 확대

[메가경제=정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출고 전 본닛을 교체한 차량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인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차 중국산 배터리 탑재 미고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데 이어 소비자 분쟁까지 불거지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채널A 등 보도에 따르면 벤츠 차주 A씨는 최근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매도하려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2022년 신차로 구매한 벤츠 E클래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딜러로부터 "사고 차량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에 A씨가 자동차 성능검사장에서 차량 점검을 의뢰한 결과, 본닛 내부 색상이 정상 차량의 회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확인되면서 외판 교체 이력이 드러났다.

 

A씨는 3년간 무사고로 운행한 차량임에도 중고차 시장에서 사고 차량으로 인식되면서 거래가 잇따라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매 당시 해당 사실을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공식 딜러사를 상대로 사기 혐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신뢰도가 소비자 분쟁과 규제 이슈가 겹치며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외판 교체 고지 의무 놓고 법적 공방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딜러사는 본닛 교체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독일 공장 생산 과정에서 다른 차종의 본닛이 잘못 조립된 사실을 국내 입고 후 확인했고, 'PDI(출고 전 검사)' 단계에서 정상 부품으로 교체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당 조치는 차량 인도 이전에 이뤄진 제조 공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별도의 소비자 고지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 측은 외판 교체 사실이 중고차 시장에서 사고 차량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재산권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외판 교체가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할 '하자 수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차량 인도 전 하자 수리 사실이 있을 경우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리 범위와 차량 가치 하락 여부가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판례 가운데 문짝이나 본닛 등 외판 교체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이를 소비자의 계약 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으로 판단해 차량 가격의 5~10% 수준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반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흠집을 단순 도색으로 보수한 경우에는 별도의 고지 의무가 없다고 본 판례도 있어, 법원이 이번 사안을 어느 수준에서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 전기차 배터리 원산지 미고지…공정위 제재

 

본닛 교체 논란과 별개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전기차 배터리 원산지 고지 문제로도 규제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코리아가 일부 전기차 모델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제재 조치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배터리 원산지는 전기차의 안전성과 잔존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정보라는 점에서 소비자 반발이 적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향후 수입 전기차 전반의 배터리 정보 공개 기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수입차 PDI 관행 전반으로 번지나

 

업계가 이번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수입차 유통 구조 특성상 PDI 단계에서의 부품 교체나 외관 보수가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해외에서 생산된 뒤 국내 항구를 거쳐 PDI 센터에서 최종 점검을 마친 후 소비자에게 인도된다. 이 과정에서 운송 중 발생한 흠집 보수나 조립 오류 수정 등이 일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외판 교체를 소비자 고지 의무 대상으로 판단할 경우 수입차 업계의 PDI 프로세스 전반을 재정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판결 결과에 따라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본닛 교체 미고지와 중국산 배터리 미고지는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벤츠코리아에 복합적인 브랜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 프리미엄은 제품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벤츠 관계자는 "차주 정보를 확인해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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