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7만개 연결 읽었다"…하버드 석학의 반도체, AI 판을 다시 짠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1 14:36:51
수천 개 뉴런 내부 신호 동시 측정 성공…뇌과학 난제 '정밀도와 규모' 한 번에 넘었다
인간 뇌의 학습·기억 원리 반도체로 구현 성큼…초저전력 '뉴로모픽 AI' 시대 앞당긴다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수천 개 신경세포(뉴런)의 내부 전기 신호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 등장했다. 

 

인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뇌과학은 물론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개발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부 석좌교수가 ‘두뇌의 재구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최종현학술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함돈희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 석좌교수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열고 신경과학과 반도체 공학을 융합한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고 1일 밝혔다.

 

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핵심 기술은 반도체 기반 신경신호 측정 플랫폼인 'iMEA(Intracellular Microelectrode Array)'다. 

 

기존 뇌 연구는 개별 뉴런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수가 제한되거나, 반대로 수천 개 뉴런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어 세포 내부 신호를 측정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반도체 칩 위에 초소형 전극을 집적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세포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 전기 신호까지 수천 개 뉴런에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뇌의 학습과 기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시냅스 활동 신호(PSP)를 대규모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한다. PSP는 뉴런 간 연결 강도와 정보 전달 과정을 보여주는 신호로, 그동안 정밀 측정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하나의 칩에 약 4000개 전극을 집적하고, 실제 실험에서 최대 3900개 수준의 뉴런 내부 신호를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약 7만 개 규모의 시냅스 연결망을 재구성해 뇌 신경망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함 교수는 "기존에는 정밀하게 보거나 많이 보거나 둘 중 하나만 가능했지만, iMEA는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한 기술"이라며 "개별 세포 수준의 정보와 대규모 신경망 분석을 함께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뇌과학을 넘어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도 의미가 크다. 현재 AI 시스템은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 이동 비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 수준의 에너지로 학습과 기억, 추론을 수행한다.

 

함 교수는 "현재 컴퓨터는 메모리와 연산장치가 분리된 구조지만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기억과 연산이 동시에 이뤄진다"며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 컴퓨팅 기술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현재 실험실 배양세포 수준을 넘어 살아있는 동물의 뇌에서 신경 신호를 측정하는 인비보(in-vivo) 연구도 진행중이다. 

 

향후 인간 뇌의 연결 구조와 학습 메커니즘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게 되면 초저전력·고효율 AI 구현을 위한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도 활용되게 된다.

 

함 교수는 "궁극적인 목표는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며 판단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신경과학과 반도체 공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미래 컴퓨팅 기술로 연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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