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체력 떨어진 줄 알았는데"…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심장 신호

정진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7 17:16:39

[메가경제=정진성 기자] 가슴이 갑자기 덜컹거리거나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느낌,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많은 사람이 카페인이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 탓으로 여기고 넘기지만 반복된다면 심장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동부제일병원 내과 유희승 과장은 "두근거림과 호흡곤란은 흔한 증상인 만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부정맥이나 심장판막질환, 심부전처럼 조기에 발견해야 할 질환의 첫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장 리듬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부정맥 진료 인원은 2020년 대비 2024년 4년 새 24.5%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30~50대가 약 30%를 차지해 고령층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전한다.

 

▲ 동부제일병원 내과 유희승 과장

 

두근거림은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혹은 불규칙하게 뛸 때 느껴진다. 원인은 카페인·음주·과로처럼 일시적인 것부터 빈맥·서맥·기외수축 같은 부정맥, 갑상선기능항진증, 빈혈까지 다양하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역시 폐 질환이나 빈혈, 불안장애로 생길 수 있지만 심장 기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신호이기도 하다.

 

유희승 과장은 "심장은 펌프 역할을 하는 '구조'와 박동을 만드는 '전기 신호'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며 "판막이 좁아지거나 새면서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면 숨이 차고, 전기 신호가 흐트러지면 불규칙한 두근거림으로 나타난다. 두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도 많아 증상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심장 안에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데,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갑자기 빨라졌다 느려지는 느낌이 반복될 때 ▲평지를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예전보다 쉽게 숨이 찰 때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이 동반될 때 ▲누우면 숨이 차 자다가 깨거나, 발목이 붓고 체중이 갑자기 늘 때 ▲어지럼증이나 실신을 경험했을 때는 심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유희승 과장은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부정맥은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없는 시점에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다"며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이 있거나 흡연,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심장 검사의 기본은 심전도와 심장초음파다. 심전도는 심장이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를 기록해 맥박이 규칙적인지, 심근 허혈이나 전도 장애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검사 시간이 짧고 부담이 적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검사지만, 검사 순간의 상태만 담기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은 24시간 심전도(홀터 검사)로 하루 동안의 리듬을 이어서 기록해야 잡히는 경우가 있다.

 

심장초음파는 초음파로 심장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면서 심장의 구조와 펌프 기능을 평가한다. 심장 근육이 얼마나 잘 수축하는지(좌심실 구혈률), 네 개의 판막이 잘 여닫히는지, 심방과 심실이 늘어나 있지는 않은지, 심낭에 물이 찼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없이 20~30분 내외로 진행돼 부담도 적다.

 

유희승 과장은 "심전도에서 이상이 없어도 심장초음파에서 판막 역류나 심근 비대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구조는 정상인데 리듬만 문제인 경우도 있다"며 "두 검사는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여서 증상이 뚜렷하다면 함께 시행해 원인을 좁혀가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심장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판막질환이나 심근 비대는 서서히 진행되며, 몸이 여기에 적응하다 보니 환자 본인은 "나이 들어 체력이 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건강검진에서 심장초음파를 함께 받는 것이 권고되는 이유다.

 

건강검진의 기본 항목에는 심전도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심장초음파는 선택 항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희승 과장은 "심전도만으로는 판막이나 심장 근육의 상태를 알기 어렵다. 40대 이후이거나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검진 시 심장초음파를 함께 받아 심장 구조를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며 "한 번 확인해 두면 이후 증상이 생겼을 때 비교 기준이 되기 때문에 변화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검사 이후의 연계도 중요하다. 유희승 과장은 "심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혈액검사, 24시간 심전도, 관상동맥 CT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갑상선이나 폐 질환 등 다른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할 때도 있다"며 "검진과 진료, 추가 검사가 한 곳에서 이어지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결과 확인부터 치료 시작까지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금연, 절주를 실천하고 카페인 과다 섭취와 수면 부족을 피할 것을 권한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이 있다면 꾸준한 관리가 기본이다. 무엇보다 두근거림이나 숨참이 반복된다면 "예민한 탓"으로 넘기지 말고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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