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부담보다 무서운 '재정 불안'…암 환자 가족 보호자 건강 적신호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6-29 15:39:44
경제적 심리 스트레스 높을수록 삶의 질 저하 위험 8.35배 증가
불안 위험 7.44배·주관적 건강 악화 3.77배…정신건강 부담 뚜렷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 보호자의 건강을 가장 크게 흔드는 요인은 실제 의료비 지출보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 돌봄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가 끊기는 것도 보호자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독립적 요인으로 확인됐다.

 

29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조비룡 가정의학과 교수·유신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 연구팀이 가톨릭대 심진아 교수와 함께 진행성 암 환자 가족 보호자 200명을 대상으로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관계망이 보호자의 삶의 질, 불안·우울, 주관적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비룡·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와 심진아 가톨릭대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이번 연구는 암 환자 치료 과정에서 가족 보호자가 겪는 부담을 단순 의료비 지출이 아닌 ‘재정 독성’ 관점에서 들여다봤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경제적 부담이 보호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재정 부담을 ‘물질적 부담’과 ‘심리적 스트레스’로 나눠 분석했다.

 

물질적 부담은 의료비나 생활비 납부의 어려움처럼 실제 지출과 관련된 유형의 재정 압박을 의미한다. 반면 심리적 스트레스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걱정, 재정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감정 등 정서적 반응을 뜻한다.

 

분석 결과, 보호자의 건강 악화와 더 강하게 연결된 것은 실제 지출 부담보다 ‘돈 걱정’에 가까운 심리적 스트레스였다. 경제적 심리 스트레스가 높은 보호자는 그렇지 않은 보호자보다 삶의 질이 낮아질 위험이 8.35배 높았다. 불안 위험은 7.44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은 3.77배, 우울 위험은 2.81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물질적 부담은 우울 위험을 2.67배 높이는 데 그쳤다. 실제 돈이 얼마나 들었는가보다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감이 보호자의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에 더 폭넓게 영향을 미친 셈이다.

 

사회적 고립도 보호자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친구와의 교류가 월 2회 미만으로 적은 보호자는 삶의 질 저하 위험이 2.36배 높았다. 종교·여가·봉사 등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보호자는 우울 위험이 3.77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이 3.32배, 불안 위험이 2.49배 높았다.

 

반대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보호자일수록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가족 보호자가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할 경우 재정 부담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 연구진은 “암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은 단순한 치료비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의 문제로 함께 봐야 한다”며 “보호자들이 돌봄 과정에서 일상과 사회적 관계를 잃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사회적 지지 체계를 포함한 통합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연구는 단일 기관의 횡단 연구라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거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향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과 정신건강 악화 간 관계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미국종합암네트워크저널(JNCC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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