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⑦ 근로자 작업중지권의 실제와 제도화 움직임

오혜미 / 기사승인 : 2021-05-14 17:23:44

지난 3월, 삼성물산이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선포했다. 포스코건설도 근로자가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위험작업 거부권’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요 건설사의 근로자 작업중지권 제도화는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제52조(근로자의 작업중지)에서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져있지 않아 근로자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왔다.

또한 사업주 측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에 대해 업무방해죄 고소, 손해배상 청구, 징계 책임을 물은 경우가 있어 근로자로서는 불이익에 대한 위험 부담도 있다. 일례로 A사는 1시간가량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노조 대의원에게 7억 원 상당의 손실이 있었다며 업무방해죄로 고소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근로자 작업중지권 행사와 업무방해죄 기소 사례

위 A사의 사건을 살펴보면, 컨베이어에 실린 연료탱크가 기울어져 불안전하게 이송되는 것을 작업자가 발견하여 비상스위치를 눌러 생산 라인이 중단되었다. 이후 관리자는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라인을 재가동했고 이에 노조 대의원이 원인 규명을 이유로 해당 라인 작업자 40여명의 작업을 중지시켰다.

법원은 이 사건 대의원의 업무방해죄에 대해 무죄를 판결하면서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자가 부주의하게 작업을 계속할 경우… 작업자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고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에게 중단을 지시한 대의원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2009고단5228 판결, 대법원 확정).

한편,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노조 대의원에게 업무방해죄가 인정된 경우도 있다. 

 

B사의 노조 대의원은 공장에서 같은 날 2건의 사고(기계에 근로자의 손가락이 압착됨, 이동하던 차량과 근로자가 부딪힘)가 발생하자 대의원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하고, 특별안전점검을 이유로 해당 공장의 전체 라인을 2시간 30분가량 중지시켰다.

법원은 이 사건 판결에서 사고가 발생한 공정 대의원들과 관리자들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대책회의를 한 점, 피고인 대의원이 사측에 작업중단 및 안전점검을 요청하지 않고 바로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점을 사실로 인정하고, 사건의 경위에 비추어 “유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3고단3122 판결)

사업장 실정에 맞는 근로자 작업중지권 제도 필요


▲ [출처= 픽사베이 제공]

두 사례에서 법원은 근로자 작업중지권 행사의 정당성 판단에 노사 간 협의 등의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 A사의 경우 “노사가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작업자가 이해하거나 동의할 경우 라인을 재가동해왔던 관행이 존재한다”고 하여 관행에 따른 작업중지를 정당행위로 보았다.

B사의 경우 “노사합의로 제정된 작업재개표준서”가 존재했고, “작업재개표준서가 정한 노사간 협의절차는 상당 부분 그 취지가 이행된 상황”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작업중지는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함에 있어 사업장에 정해진 절차나 관행을 따랐는지를 주요하게 본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업장에 관련 절차나 관행이 없는데도 근로자 개인이 법문상의 ‘급박한 위험’을 스스로 판단하여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기에 기업 차원에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제도화한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작업에 직접 종사하는 근로자야말로 적시에 위험을 발견하고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제도화함으로써 재해 예방 효과는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및 최근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에도 대비할 수 있다. 관계법령의 내용들을 제도화하여 보장하여 법에서 요구하는 '관리상의 조치'를 다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근로자 작업중지권의 기업 내 제도화가 확산될지는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미 법에서 정하고 있는 권리인 만큼 각 사업장에서는 작업중지가 필요한 개별적, 구체적 위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작업중지 발동 및 해제 절차를 사전에 수립해 둔다면 사업주 측이 우려하는 작업중지권 남용의 우려도 덜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오혜미 연구위원,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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