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가 쏙쏙 과로사 산재보상]⑧ 진폐증에 따른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의 상당인과관계

김태윤 / 기사승인 : 2021-05-27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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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1년 4월 22일에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31045 판결을 살펴본다.

해당 판결은 24년간 진폐증으로 고통 받다 생긴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사례이다.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의 남편(이하 '망인'이라 함)은 1941년생으로 1990년 5월 1일부터 1992년 7월 25일까지 이 사건 ○○광업소에서 선산부로 근무하다가 1994년 10월 28일부터 진폐증으로 요양급여를 받아 오던 중 2008년 7월 3일 오후 5시 45분경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는데, 사체검안서상 망인의 사인은 ’약물중독‘이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진폐증와 관련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부지급을 하였다.

공단은 탄광부 진폐증에서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호발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는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는 전제 하에 망인이 우울증에 의하여 자살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망 전에 이미 탄광부 진폐증이 호발하면서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생하였고, 자살하기 직전까지 약 2년간이나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점 등을 감안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판결에 앞서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것인 한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 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 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 요양기간, ▲ 회복가능성 유무, ▲ 연령, ▲ 신체적 심리적 상황, ▲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판결, 1993. 10. 22. 선고 93누13797 판결 등 참조)는 대법원 선행판결을 참조했다.

법원은 ▲ 망인은 2006년 8월 20일 정밀진단결과 피고로부터 장해등급 제5급 제7호로 판정받았는바, 이는 2004년 5월 26일 정밀 진단 시와 비교하여 급격히 악화된 것인 점, ▲ 망인은 1994년 10월 28일 진폐증으로 진단받은 이래 사망 시까지 약 24년 동안 진폐증에 수반되는 기관지염이나 폐렴에 대한 치료를 받아왔으나 진폐증은 기본적으로 비가역적인 질병으로서 회복가능성이 낮고 망인 역시 전신상태가 점차 악화되어 왔던 점, ▲ 우울증이 진폐증에 일반적으로 수반되는 증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진폐증에서 호발하는 증상이고, 만성폐쇄성폐질환에는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학적 견해가 존재하는 바, 망인은 사망 무렵 이미 중등도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상태에 있었던 점, ▲ 망인은 2006년 6월 29일부터 2008년 6월 3일까지 우울증, 불면증, 불안감, 자살사고 등을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고, 진폐증으로 인한 신체적 불편감, 사회 적응의 어려움 등이 망인의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인 점, ▲ 진폐증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이외에 달리 망인에게 자살의 원인이 될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인과관계를 판단했다.

법원은 이같은 사정들이 자살 당시 67세 남짓 정도 된 망인에게 영향을 주어 망인을 자살에 이르게 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입은 진폐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러한 행정법원의 판결은 비록 망인의 사인이 진폐증으로 인한 합병증 등의 사유 즉, 진폐증과 직접된 이유는 아니더라도, “진폐증에 동반된 중증도의 호흡부전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즉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선행판결의 취지에 부합해 보인다.

[노무법인 산재 강원영월지사장 공인노무사 김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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