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⑧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 리스크는?

오혜미 / 기사승인 : 2021-06-25 11:22:49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처벌 수준이 기업의 안전에 대한 투자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는 반성적 주장에서부터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1714건의 법인 사업주 벌금액은 평균 448만 원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에 대해 경영계는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이미 사업주 처벌 수준을 강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개인을 의무 준수 및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 제외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로 법이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 [사진=픽사베이]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기업의 리스크는 증가했을까? 아래에서는 법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기업의 형사적 리스크, 민사적 리스크 등을 살펴보겠다.

◆ 기업의 경영책임자 처벌 가능성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은 의무의 주체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의 내용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로 특히,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행해져야 할 기술적 조치 등을 정하고 있는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에 대한 인력 및 예산 확보, 관리체계 구축 등 경영·관리적 측면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경영·관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의무 주체가 되고, ▲ 인력 및 예산 확보 미비,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미비 등 해당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경우에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산업안전보건법 하에서는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위임한 경우 “사고 현장에서 직접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지 않았던 대표이사를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법 위반 행위자라고 볼 수도 없다(의정부지방법원 2004노1726 판결)”고 하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의 고유한 의무를 따로 두고 있으므로 그에 한해서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 기업 법인에 대한 경제적 제재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 자연인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법인’인 기업 자체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법인의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 위반행위를 한 경우 법인도 양벌규정에 의해 함께 벌해진다. 법인은 자연인이 아니므로 벌금형만 가능한데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의 경우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손해배상의 책임 규정을 따로 두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손해액의 5배이하의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격을 띤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는 여타 법이 3배 수준의 배상 책임을 정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수준을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게는 징역형을 부과할 수 없으므로 벌금형, 손해배상 책임 등 경제적인 제재를 통해 법적 효과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안전 담당자 수준이 아닌 기업 전체의 수준에서 조직적, 제도적인 안전 관리를 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목적이므로 법인 자체의 책임 부담이 대폭 강화됐다.

다만,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 모두 법인이 경영책임자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 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정도는 일반적, 추상적 감독을 하는 것만으로는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 판례의 입장이다.

◆ 기업 이미지 손실 우려도 커져…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산업안전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10만 명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이뤄졌다. 이제 기업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에 대해 사업장 명칭, 발생 일시와 장소, 재해 내용 및 원인 등에 대해 공표할 수 있으며,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고용노동부 감독,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 대상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ESG 경영 등이 대두되며 투자자들도 기업의 책임 경영, 준법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으로서는 관련 리스크들을 검토하고 미비한 점들을 미리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서도 언급했듯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내용과 주체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구축 등은 단기간 내 이루기 어려우므로 시행을 반 년 앞 둔 지금부터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오혜미 연구위원,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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