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③ 직장 내 화학물질에 대한 근로자의 알 권리

오혜미 / 기사승인 : 2020-11-24 19:04:51

얼마 전 한 물류센터의 식당 조리사 분이 청소 도중 쓰러져 숨진 일이 있었다.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당시 사용한 청소용 락스와 주방용 세제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과 세제의 계면활성제 성분이 섞이면 인체에 유해한 염소가스가 발생한다.

염소가스는 소량이라도 흡입하면 눈물, 콧물, 기침 증상이 유발되고, 고농도로 흡입하면 호흡곤란을 일으키거나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지난 4월에도 한 회사의 식당 근로자 14명에게 안과질환이 집단 발병하였고 근로자 측은 락스와 세제를 혼합하여 사용한 것을 원인으로 주장했다.

◆ 근로자에게 건강장해를 일으키는 직장 내 화학물질
 

▲ [사진= 픽사베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건 직장에서건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유해성이 널리 알려진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락스, 세제 등의 생활화학제품도 대용량, 장기간 노출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 시 앞선 사례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러나 화학물질 전문가가 아닌 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접하거나 사용하게 되는 모든 물질의 위험성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에게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게시하고, 교육도 시행하여야 하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제114조).

◆ 근로자의 알 권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는 해당 물질의 제품명, 유해성·위험성, 취급·저장 방법, 적절한 보호구, 사고시 응급조치 등이 망라된 설명 자료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약품 구입 시 해당 약품의 성분, 용량, 주의사항 등이 쓰인 설명서와 그 역할이 유사하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의 유해성·위험성을 알고, 직업병이나 사고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물질안전보건자료는 한 개 물질 당 72개 세부 항목을 두고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는 문서로 근로자들이 모든 내용을 읽어보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대상 물질에 대해서 근로자에게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교육보다 게시 의무를 앞서 두어 근로자가 필요한 때마다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취급 작업장 내, 또는 사업장 내 가장 보기 쉬운 장소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질안전보건자료 대상 물질의 용기에는 법에 따른 경고 표시가 되어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다.

◆ 근로자는 화학물질에 대한 개인보호구 착용 철저해야

직장 내에서의 화학물질로 인한 보건적 영향은 질식, 중독, 호흡기 질환, 발암, 생식세포 변이 및 기형 유발 등이 있다.

근로자로서는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교육을 활용함은 물론 개인보호구 착용도 철저히 하여야 한다.

그러나 장갑, 마스크, 보안경, 작업복 등 기초적인 개인보호구를 착용했을 때 따르는 불편함 때문에 근로자 스스로 착용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화학물질이 주로 호흡기나 피부로 눈에 보이지 않게 노출되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즉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구 결과 화학물질로 인한 발암은 노출 즉시가 아닌 일정한 잠복기간을 거쳐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혈병 등 혈액암의 경우는 5년 이내 발병하기도 하나 폐암 등 고형암의 경우 10년 이상이 걸려 퇴직 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잠깐은 괜찮겠지’, ‘설마’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건강을 해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여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근로자도 이를 알고 자신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꼭 찾도록 하자.
 

[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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