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큐보 2년] "의약품 유통사→신약개발사 전환"…신약 하나가 바꾼 제일약품의 미래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0 07: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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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감소에도 수익성 개선 이끌며 존재감 확대
연구개발 역량 입증·글로벌 사업 확대 계기 마련
후속 파이프라인 육성으로 성장 스토리 이어간다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대한민국 제37호 신약인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가 품목허가 2주년, 출시 17개월을 맞았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자큐보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닌 제일약품의 대표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자큐보는 제일약품을 기존의 상품·유통 중심 전통 제약사 이미지를 넘어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입증한 제약사로 체질 변화의 상징물이자 스핀오프(spin-off)를 통한 연구개발 자회사 운영과 외부 투자 유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등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메가경제는 자큐보 탄생 2주년을 맞아 자큐보를 계기로 제일약품에 나타난 체질 변화와 국내 제약업계의 평가를 짚어보고, 자큐보가 제일약품에게 가져다 준 의의와 제일약품의 향후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 제일약품 본사 전경. [사진=제일약품]
 

자큐보로 도입·유통 중심 회사에서 신약 창출 기업으로 전환

 

먼저 제일약품은 자큐보 출시 이전까지 다국적 제약사 품목 도입과 코프로모션(공동판매) 등을 기반으로 강한 영업력과 상품 판매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아 왔다. 반면 자체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함께 받아왔다.

 

그러나 자큐보 등장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업계에서는 자큐보를 계기로 제일약품이 자체 신약 창출 역량을 입증하며 본격적인 체질 변화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제일약품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 종료 영향으로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373억원 감소하며 7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자큐보가 있었다. 자큐보는 202483억원에서 2025671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하며 제품 매출 확대와 원가 구조 개선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꾸준한 처방 증가를 바탕으로 분기 처방액 200억원을 돌파하는 것에 이어 출시 후 17개월 만에 월 처방액 기준 P-CAB 시장 2위에 올라서며 후발주자임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일약품에 안정적인 현금 유입을 담당하는 캐쉬카우역할을 해내고 있다.

 

현재 국내 P-CAB 시장은 HK이노엔 케이캡과 대웅제약 펙수클루가 주도하고 있으며, 자큐보는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제일약품에 따르면 자큐보의 성과는 연구개발 조직뿐만 아니라 영업·마케팅 조직도 국산 신약 육성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크게 높였으며, 자큐보를 통해 얻은 신약 개발·허가·상업화·글로벌 경험과 노하우는 향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이나 기술 수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되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큐보의 해외 진출 전략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혁신신약(First-in-class)라는 태생을 바탕으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이하 온코닉’)를 통한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도 노리고 있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리브존제약(Livzon Pharmaceutical Group Inc)과 라보라토리 샌퍼(Laboratorios Sanfer) 등을 포함한 4개 제약사와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중화권(중국·대만·홍콩·마카오)을 비롯해 중남미 19개국과 인도, 북유럽 5개국 등 총 26개국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자큐보는 제일약품이 '신약을 만들 수 있는 회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만들어 준 상징적인 제품"이라며 "예전에는 제일약품을 강한 영업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상품 판매 위주의 전통 제약사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자큐보의 성공으로 현재는 그 시선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첫 번째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에 회사 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수익성이 높은 주요 품목으로 거듭났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큐보는 출시 이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임상과 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이런 성과로 인해 국/내외 사업개발 역량을 모두 갖추었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 역량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라이선스아웃을 기술을 넘기는 것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글로벌 제약산업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사업 모델 중 하나"라며 "해외 임상과 허가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역량을 활용하면서 개발사는 기술료와 마일스톤 수익을 확보해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근희·신수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자큐보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 유입이 임상 여력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진입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모델성공제일약품, R&D 구조 자체를 바꾸다

 

업계에서는 자큐보의 의미를 단순히 국산 신약 1개 탄생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큐보 개발 과정에서 제일약품이 보여준 온코닉테라퓨틱스 모델이 향후 국내 중견 제약사들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일약품은 기존 연구조직을 기반으로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설립한 뒤, 연구개발(R&D) 기능을 집중시키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모회사인 제일약품은 영업·유통과 안정적인 현금 창출 역할을 담당하고,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외부 투자 유치와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의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고려한 효율적인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제약사가 자체 자금만으로 대규모 신약개발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신약개발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자본시장에서 직접 투자받을 수 있도록 한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 개발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넓혔고, 확보한 자금을 다시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자큐보를 통해 확보한 현금 흐름과 외부 투자 자금이 다시 연구개발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장기간의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별도 법인 체제를 통해 연구개발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이를 고려해 온코닉테라퓨틱스 설립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개발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온코닉테라퓨틱스 모델은 자체 개발 신약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고, 그 현금을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 및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제일약품의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의 리스크는 줄이면서도 성과를 공유하는 우수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하기보다 자회사와 바이오벤처, 연구기관 등과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점차 일반화될 것"이라며 "결국 제약산업 경쟁력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외부 자원과 자본을 활용해 혁신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장 제약사가 모든 신약 개발 비용을 자체 자금으로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연구개발 조직을 스핀오프해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면 벤처기업 형태로 외부 투자 유치가 가능해지고, 모회사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코닉테라퓨틱스 사례는 단순히 신약 하나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참고할 만한 성공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큐보 적응증 확대부터 네수파립 개발까지"후속 파이프라인 육성 박차

 

제일약품은 자큐보 적응증 확대와 '2의 자큐보'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자큐보의 경우 현재 NSAIDs 유발 소화성 궤양 요법,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1차 제균 요법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 해외에서도 다양한 적응증 확보를 통한 처방 범위 확대를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이며, 자큐보 구강붕해정도 최근 비위관 투여 용법의 1상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됐다.

 

'2의 자큐보'로는 차세대 이중표적 합성치사 항암신약후보 '네수파립(nesuparib)'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수파립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와 탄키라제(TNKS)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기전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항암제로 기존 PARP 저해제와 차별화된 이중표적항암 신약후보물질이다. DNA 손상 복구 억제와 종양 성장·적응 신호 억제를 동시에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2026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공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세포폐암 세포주 모델(In vitro)과 이종이식 동물모델(In vivo xenograft)에서 기존 PARP 저해제 올라파립과 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 이리노테칸(Irinotecan) 대비 우수한 항종양 효능을 보였으며, 이리노테칸과의 병용에서도 높은 종양 억제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이성·진행성 췌장암 대상으로 기존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던 치료제 GemAbraxane mFOLFIRINOX을 각각 네수파립과 병용 투여할 경우 높은 치료 반응을 보임은 물론, 환자의 생명 연장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이밖에도 제일약품은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Discovery 센터장을 중앙연구소 부소장(전무)으로 영입하는 등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차세대 R&D 파이프라인의 상용화 속도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박 부소장은 대웅제약 신약Discovery 센터장 및 아이엔 테라퓨틱스 CSO(부사장)를 역임하며 지난 30년간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허가까지의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성과지향적 R&D 리더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34호 신약)SGLT2 저해 당뇨치료제 엔블로(36호 신약)라는 두 개의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주도했으며, 자가면역 신약 등 다수의 글로벌 기술수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제일약품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R&D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자큐보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JP-2266, 네수파립 등 후속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사업화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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