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입 회식서 '성희롱·괴롭힘' 파문…영진약품, 직원 보호 시스템 도마 위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0 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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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방치·조롱·신체접촉 있었다”…회사 “외부 전문가 통해 조치”
"성희롱 미인정·결과 통보 지연 논란까지"…ESG 핵심 노동환경 관리 도마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영진약품이 신입 직원 환영 회식 과정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 논란에 휩싸였다.

 

제보자는 회식 중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방치, 장기간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지연 및 2차 가해 등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고용노동청 진정과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반면, 회사는 외부 노무법인을 통한 조사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완료했고 조사 절차도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CCTV 장면.
 

9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 신입 직원 환영 회식 과정에서 동료들로부터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보자 A씨는 2차 회식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지만 동료들은 귀가 조치 대신 술자리를 이어갔고, 1시간 동안 영하의 날씨에 길가에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했고 부모가 현장에 와 귀가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는 음식점 CCTV 영상을 근거로 동료들이 얼굴과 신체를 만지며 부축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엉덩이를 만지거나 쓰러진 자신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조롱하는 장면, 발로 차거나 머리를 잡아당기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정형외과에서 전치 3,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치 8주 이상의 진단을 받아 총 11주 상당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경찰 출동 기록과 CCTV, 상해진단서 등 관련 자료도 회사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A씨는 당시 팀장으로부터 장기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성 언행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 외 장시간 전화와 과도한 단독 동행 요구, 사적인 질문, 연애·결혼 관련 발언, 승진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압박성 언행은 물론 휴일마다 지점장 회의자료(PPT) 작성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는 등 이른바 '가스라이팅'이 지속됐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 등으로 인해 A씨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됐으며, 회식 당일 급격히 취한 배경에도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A씨가 회사에 CCTV, 통화기록, 카카오톡 대화, 진단서 등 다수의 증빙자료를 제출하며 관련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조사 과정에서 일부 가해자로부터 "적을 만들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는 등 2차 가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영진약품은 "공식 제보가 접수된 직후 외부 노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했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완료했다""다만,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 지연·증거 배제" 주장회사 "절차상 문제 없었다"

 

영진약품의 사건 처리 과정에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씨는 회사가 형식적인 자체조사와 조사 지연, 피해자 보호조치 및 비밀유지 의무 위반, 조사 결과 통보 지연 등 절차적 하자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출한 CCTV와 경찰 출동 기록, 상해진단서 등 객관적인 증거보다 가해자 측 진술을 중심으로 조사해 성희롱은 인정하지 않고 일부 직장 내 괴롭힘만 인정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초 신고 이후 약 3개월이 지나서야 징계위원회가 개최됐으며, 그 기간 동안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은 별다른 인사조치 없이 정상 근무를 이어가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A씨는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이 사건 장소 CCTV를 확인하거나 조사 내용을 제3자와 공유하는 등 2차 가해가 발생했지만 회사가 이를 방치했다고도 주장했다. 공식 결과 통보 이전에 일부 직원들이 이미 '미인정' 결론을 알고 있었던 점을 들어 조사 결과 유출과 비밀유지 의무 위반 가능성도 제기했다.

 

징계위원회 이후에도 조사 결과를 상당 기간 통보받지 못했으며, 모회사인 KT&G에 추가 제보하고 퇴사 의사를 밝힌 뒤에야 카카오톡을 통해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공식 조사보고서는 현재까지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현재 회사의 조사 절차와 피해자 보호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별도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또 진정과 별도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남직원 3명을 형사 고소했으며, 일부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진약품은 "피해자 보호와 조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노무법인이 조사를 수행했으며, 피해자가 요청한 보호조치와 비밀유지 조치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제기한 모든 문제를 포함해 조사했으며, 조사 과정에는 피해자가 직접 선임한 노무사가 동석한 만큼 절차상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2차 가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회사가 피해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했으나 해당 내용을 별도로 전달받거나 문제 제기를 받은 사실이 없어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진정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노동청으로부터 별도의 연락을 받은 바는 없으며, 조사가 진행될 경우 관련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형사 고소와 관련해서는 "개인 간 형사사건의 진행 상황을 회사가 모니터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향후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노동 이슈ESG 경영 리더십 시험대

 

한편, 영진약품은 최근 영업부 간부의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제보자는 여직원 외모·신체 평가와 인사권을 앞세운 폭언·압박이 반복됐다고 주장했으며, 회사는 성희롱 공식 제보는 없었다고 설명하는 한편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기관 조사를 진행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연임한 이기수 대표의 ESG경영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라섰다. 기업 ESG 평가에서 노동 환경은 핵심 항목이다. 특히 성 비위 및 직장내 괴롭힘 사건과 기업의 처리 과정은 기업의 거버넌스를 가늠하는 지표로, 실제 이 문제로 ‘S’ 부문 등급이 하락한 대기업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이른바 셀프조사를 방지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개정했다.

 

개정 매뉴얼은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된 경우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했다. 또 조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기피·회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사업장이 자체조사를 실시한 경우 조사 결과와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와 사업장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사 절차를 마련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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