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꽉 찼는데 이익은 뚝"…대한항공·LCC 덮친 '2분기 난기류'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7 10:41:51
대한항공 연료비 111% 급증…영업익 34% 감소·순손실 전환
제주항공·에어부산 적자 확대
9월 유류할증료 다시 인상…중동 리스크에 하반기 수익성 회복도 안갯속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국내 항공업계가 올해 2분기 '외형 성장과 수익성 악화'라는 극명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국제선 공급 정상화에 힘입어 주요 항공사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이중 악재가 수익성을 집어삼켰다. 

 

대한항공은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순손실로 돌아섰고,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영업손실이 확대되거나 적자 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국제유가 반등으로 9월 유류할증료까지 다시 오르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대한항공.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항공사들의 공통된 특징은 '매출 증가, 이익 감소'다. 여행 수요 회복으로 항공권 판매는 꾸준히 늘었고 국제선 운항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유가와 환율 상승이 운항 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외형 성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항공사는 대표적인 유가 민감 산업이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달하는 데다 항공유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미국·이란 갈등 심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았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5조19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9% 증가하며 역대 2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객 수요 회복과 화물 운임 강세가 실적을 견인하면서 외형은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6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4% 감소했고, 당기순손익은 973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감소한 것은 급증한 연료비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연료비는 1조99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78억원보다 110.9% 증가했다. 불과 1년 만에 연료비가 1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구조가 크게 악화됐다고 분석한다.

 

여객사업은 비교적 견조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여객사업 매출은 2조8479억원으로 전년보다 4514억원 증가했다. 유류할증료 부담으로 한국발 여행 수요는 일부 둔화됐지만, 중동 항공사들의 공급 축소에 따른 반사효과와 외국인 방한 관광객 증가가 이를 상쇄했다. 미주와 동남아,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이어졌고 프리미엄 좌석 판매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화물사업 역시 호조를 이어갔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와 K-뷰티 제품 해외 판매 확대가 항공화물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항공화물 운임은 코로나19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고,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매출은 1조5419억원으로 전년보다 4865억원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와 부정기편 확대, 노선 탄력 운영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441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고객 수요 변화에 맞춘 탄력적인 노선 운영과 국제선 여객 증가가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52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5%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514억원으로 327.2% 급증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에어부산도 일본과 중국 노선 확대, 공급 정상화 효과로 매출이 2353억원까지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355억원으로 전년보다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277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이익도 올해는 61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영업손실 51억원, 순손실 779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 3분기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유류할증료는 국제유가 안정으로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반등했고, 이에 따라 9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도 다시 인상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9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2만9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8월보다 4400원(26.7%) 오른 금액이다. 진에어 역시 같은 수준을 적용한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MOPS)을 기준으로 매달 산정되며, 9월 적용분은 지난 7월 항공유 가격 상승이 반영되면서 전달보다 두 단계 높은 11단계가 적용됐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역시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선은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지난 5월 33단계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6~8월까지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국제유가 반등으로 9월부터 다시 오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외교적 협상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유류할증료 인상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유가와 환율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동시에 영향을 받은 시기였다"며 "3분기 들어 유가가 일부 안정되면서 예약은 살아나고 있고 각사의 대규모 프로모션도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항공권 판매 증가가 곧바로 영업이익 개선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가장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며 "여행 수요 회복이 이어지더라도 비용 관리 능력이 하반기 항공사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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