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욕 대신 왕따"…직장 내 괴롭힘법 시행 7년 '보이지 않는 갑질' 심해져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4 11: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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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5인 미만 사업장, 여전히 법 보호 밖"
최근 대한항공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논란…"또다른 갑질 막을 제도 보완 시급"
김유경 노무사 "법은 출발점일 뿐…조직문화와 인식 변화가 핵심"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오는 16일이면 7년이 된다. 2019년 7월 시행 당시만 해도 "회사 내 괴롭힘을 법으로 규율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직장 문화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고, 신고 이후 2차 가해와 조직 내 고립도 끊이지 않고 있다-편집자주

 

최근에는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복직 이후 불리한 처우 논란을 비롯해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과 2차 가해 의혹이 잇따르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메가경제는 지난 13일 오후 법무법인 돌꽃 사무실에서 김유경 대표 노무사를 만나 직장내 괴롭힘법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분명 우리 사회를 바꾼 법이지만 아직 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며 "무엇보다 기업 조직문화와 사회적 인식 수준이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법의 적용 대상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와 제76조의3에 규정돼 있지만 근로기준법 자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처음부터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 노무사에 따르면 프리랜서뿐 아니라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도 상당수가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상당수 노동자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을 가장 큰 사각지대로 꼽았다.

 

그는 "실제 상담을 해보면 오히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훨씬 심각한 괴롭힘이 발생한다. 사업장이 작다 보니 가해자가 대표이거나 사업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는 신고하면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 노무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시행령 한 줄이면 가능한데…아직도 해결 못 하고 있어"  

 

김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는 법 개정보다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법을 바꿔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조항을 열거하고 있다. 조항에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려고 하면 사용자들의 반발이 항상 크다. 연장근로수당이나 연차수당처럼 비용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닌데, 직장 내 괴롭힘처럼 인권 문제조차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도 이런 이해관계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사례는 피해자 의견 존중받지 못해"

 

최근 논란이 된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사건에 대해서도 김 노무사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크게 두 축"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2017년 발생한 성희롱 사건이다. 당시 회사는 가해자에 대해 적절한 징계 없이 퇴사를 허용했고, 피해자는 장기간 소송을 거쳤다. 결국 대법원은 회사가 피해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피해자의 복직 과정에 발생한 2차 가해 등 문제점이다.

 

"피해자는 산업재해를 인정받고 장기간 치료 후 지난해 복직했다. 하지만 복직 이후 약 지금까지 사측의 협의와 달리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고,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받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김 노무사에 따르면 현재 관련 사건은 피해자가 조직 내 고립과 소통 배제 등 여러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보고 이달 14일 노동부 조사를 앞두고 있다.

 

김 노무사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닌 조직문화의 문제로 바라봤다. 그는 "사실관계를 보면 대한항공의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수성이 굉장히 낮았다. 어떤 말이 성희롱인지, 어떤 행동이 괴롭힘인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2017년 사건 당시 법원도 대한항공에 실태조사와 외부 컨설팅을 권고했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조직문화를 개선했다면 지금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차 가해'에 대해서는 표현 자체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불리한 인사조치를 하거나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상 불이익 처우 금지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개인정보 유출 등 다른 법률 문제가 함께 발생할 수도 있다.

 

그는 "최근에는 단순히 직접적인 불이익뿐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신고 사실을 조직 내에 공유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행위도 사실상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괴롭힘은 줄었지만 더 교묘해졌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7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 어느정도 개선됐을까? 김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율 자체는 법 시행 초기보다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사건의 심각성은 오히려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과거와 현재의 괴롭힘 양상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욕설이나 공개적인 모욕처럼 눈에 보이는 괴롭힘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수인계를 하지 않는다든지, 업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든지, 소통에서 제외하거나 고립시키는 방식이 훨씬 많아졌다"라고 꼬집었다.

 

즉 겉으로 보면 단순한 업무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괴롭힘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조직은 변화 더 느려…폐쇄성 여전"

 

공무원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 조직은 민간기업보다 변화 속도가 훨씬 느리다. 상명하복 문화와 폐쇄성이 강하고, 신고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여전히 큰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왜 이제 신고했느냐'고 물었을 때 '찍힐까 봐 무서웠다'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업들은 ESG 캠페인이나 사회공헌 활동은 적극적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씁쓸해했다.

 

김 노무사는 인터뷰 내내 "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은 결국 사람 사이의 문제"라며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이런 행동은 용인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교육 확대와 조직문화 개선, 피해자 중심의 대응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법은 출발점일 뿐이고, 기업과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직장 내 괴롭힘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

 

그는 무엇보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고 접수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신속히 분리하고, 조사 과정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며, 조사 종료 이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직장내괴롭힘 관련 예방교육은 매년 실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한계점도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교육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 영상을 시청하거나 교육 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는 행동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괴롭힘의 정의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어떤 행동이 문제인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조직 전체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사례에서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양 당사자가 사내에서 사이가 매우 좋은 직장동료였지만 조직 내 부실한 시스템으로 인해 크고 작은 다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그는 "결국 회사 내 시스템이 두 사람을 원수로 만들었다. 직장내 괴롭힘이 조직에서의 적절한 조율과 시스템 부재에서 발생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밝혔다.

 

◇ "ILO 190호 협약 비준이 중요한 전환점"

 

김 노무사는 향후 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로 국제노동기구(ILO) 제190호 협약 비준을 꼽았다.

 

그는 "ILO 190호 협약은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비준 의지를 밝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약을 비준하면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비롯해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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