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물류센터 추진...쿠팡‧CJ대한통운 셈법은

김형규 / 기사승인 : 2023-11-29 09: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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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지식재산권' 기자간담회…국내 시장 확대 언급 가능성
'알리 수혜자' 배송 협력사 CJ대한통운과의 관계 변화도 주목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구매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직접 물류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 쿠팡에 위협을 가할지 여부와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 협력사 CJ대한통운과의 관계 설정에 어떠한 변화로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3월 9일 기조연설 중인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김형규 기자]

 

29일 유통·물류 업계와 일부 언론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 한국에 물류센터를 직접 설립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알리익스프레스가 다음 달 진행하는 '지식재산권' 관련 기자간담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 국내 시장 확대 전략에 대해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직구족의 쇼핑몰'로도 알려진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초 한국 시장에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며 배송기간 단축과 무료배송 등 초석을 다진 바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배송 업계 강자인 CJ대한통운과 손잡고 해외 직접구매(직구)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배송기간 단축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물류센터 진출설과 관련해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어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며 "내달 기자간담회에서는 지식재산권‧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내용만을 다룰 예정인데 한국 시장 확대 전략에 대한 질의에 응답형식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 알리익스프레스 처음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국내 전용 고객센터를 세웠다.

올해는 CJ대한통운과의 협력으로 기존 1∼2주가량 소요되던 직구 상품 배송 기간을 3∼5일까지 단축했다. 또한 대부분 제품의 배송과 반품 서비스를 무료화하며 직구 진입장벽을 낮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같이 한국 시장 기반을 쌓아둔 알리익스프레스가 직접 물류센터를 가동하고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쿠팡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업계로부터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업체별 점유율은 쿠팡이 24.5%로 1위다. 네이버쇼핑이 23.3%로 쿠팡의 뒤를 쫓고 있으며 신세계그룹의 쓱닷컴·G마켓·옥션을 합쳐 10.1%, 11번가 7.0% 순으로 이어진다.

이에 더해 쿠팡에서 지난 3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는 2000만 명을 돌파했다. 3분기 매출은 8조원을 넘어섰고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란 변수가 떠오른 형국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의 한국인 이용자는 올해 10월 613만명으로 1년 전 297만 명보다 두 배가량 성장했다.


 

▲ (왼쪽부터) 3월 9일 알리익스프레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정우 네이버 쇼핑플랫폼 책임 리더(이사), 오승준 카카오페이 페이먼트그룹 그룹장,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CJ대한통운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 정형권 알리바바그룹 한국 총괄 대표 [사진=김형규 기자]

 

또한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센터 진출이 CJ대한통운과의 협력관계에도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진출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인천에 이커머스로 들어오는 직구 물량을 소화하는 수입 물류센터를 따로 운영 중인데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량의 상당부분을 이 센터를 통해 처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CJ대한통운은 올해 도착보장‧당일배송‧새벽배송 등을 통합한 '오네' 서비스와 연계해 국내 알리익스프레스 배송의 기간을 단축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최근 국내 직구 쇼핑 확산에 CJ대한통운의 관련 취급량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올해 알리익스프레스 물동량은 지난 1분기 346만 상자로 시작해 3분기엔 904만 상자까지 확대됐다. 불과 6개월 만에 처리 물동량이 3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한 셈이다.

이는 올해 전체 택배·이커머스 물동량이 12억 2400만 상자에서 11억 7000만 상자로 축소된 와중에 거둔 성과로 '알리 효과'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달엔 직구족 사이 큰 행사인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등이 몰려 있어 알리익스프레스 물동량이 4분기 1000만 상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물류센터가 가동될 경우 CJ대한통운과의 협력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업계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접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며 "처음에는 크게 점유율이 높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CJ대한통운 등 국내 물류업계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국내 물류센터를 가동한다 해도 배달근로자를 고용하는 방식은 아닌 것으로 전해져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대형 창고를 임대하고 국내 물류 업체들과 협업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의 운영 정책은 고객사의 상황이다 보니 물류 협력사인 당사 입장에서 가정하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알리익스프레스의 빠른 성장세와 달리 가품(짝퉁) 판매 문제와 관련한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지난달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내 브랜드의 가품 판매 문제에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질타를 받아야 했다.

당시 장 대표는 현장에서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 이의제기는 0.015%"라고 답했다가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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