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기술탈취 의혹, 한화그룹 대외 이미지 직격탄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화그룹이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으로 다시 한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사건은 M&A 실사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 자료를 계열사 제품 개발에 활용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과거 유사 사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전례까지 겹치며 기업 이미지와 지배구조 신뢰성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20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천안 소재 중소기업 A사는 한화 계열사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사는 한화가 인수합병(M&A) 실사 과정에서 확보한 방열제품 제작 기술을 무단으로 활용해 자체 계열사 설립과 제품 개발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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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있다. |
경찰은 최근 경기도 소재 한화 계열사 사무실과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하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한화 측 관계자 소환 조사도 예정하고 있다. 한화 측은 독자적 연구와 공개 자료를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화는 2011~2015년 태양광 설비 제조업체 에스제이이노테크와의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도 유사한 의혹을 받았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민사소송에서도 일부 패소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한화그룹의 향후 행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술탈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추가적인 법적 제재는 물론, 중소기업과의 거래 관행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중요한 시점에서 반복된 기술탈취 의혹은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복된 의혹으로 인해 '기술 갑질'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 요소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공정거래 위반 이력이 누적되면 해외 투자 유치와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에 대해 강력 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 18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기술탈취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최대한의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협력해야만 지속가능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대기업의 반복적인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기업이 법적·행정적 회피로 일관하는 행태는 산업 생태계를 훼손한다"며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M&A 실사 과정에서의 정보 보호 장치 강화와 기술탈취 처벌 수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과징금 수준으로는 대기업에 대한 실질적 억제 효과가 부족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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