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 시장 4조 원대로 성장…NH 3호 판매액 68%가 ‘큰손’, 외부 신규자금도 절반 넘어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국내 금융자산가가 늘어나는 가운데 증권사에서도 수십억 원을 굴리는 고액자산가 고객층이 빠르게 두꺼워지고 있다. 키움증권의 10억 원 이상 고객이 1년 새 80% 넘게 증가했고 삼성증권의 30억 원 이상 고객은 1만 명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에서도 같은 자산군 고객이 9500명대로 늘었다. 동시에 종합투자계좌(IMA) 시장은 4조 원대로 몸집을 키웠고 NH투자증권에서는 최근 IMA 판매액의 68%를 10억 원 이상 고객이 차지했다. 증시 상승으로 확대된 ‘큰손’ 고객을 둘러싼 증권사 자산관리(WM) 경쟁이 IMA 등 중장기 금융상품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에서 고액자산가 고객 증가세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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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 국내 금융자산가도 증가…증시 상승에 증권사 ‘큰손’ 확대
키움증권의 지난 7월 말 개인 고객은 90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3만명보다 약 92만명,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예탁자산 10억 원 이상 고객은 80.7%, 30억 원 이상 고객은 약 90% 늘었다.
삼성증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개인 고객은 지난 6월 19일 기준 1만645명으로 지난해 말 5862명보다 81.6% 증가했다. 100억 원 이상 개인 고객도 2000명을 넘어섰다.
고객 수뿐 아니라 이들이 맡긴 자산도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의 30억 원 이상 개인 고객 자산은 지난해 말 126조 8000억 원에서 6개월 만에 252조 8000억 원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말 기준 30억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객이 9500여명으로 지난해 5월 3000명대에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100억 원 이상 고객도 600명대에서 1400여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다만 세 회사의 숫자는 집계 기준과 비교 기간이 서로 다르다. 키움증권은 예탁자산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했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각각 지난해 말과 전년 동기 수치를 비교했다. 회사별 고객 규모를 직접 비교하기보다 각사에서 나타난 증가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
증권사에서 나타난 고액자산가 증가는 개별 회사만의 현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부자는 2025년 47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3066조 원으로 전년 2826조 원보다 8.5% 늘며 3000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자산 규모별로는 10억~100억 원 미만 자산가가 43만2000명, 100억~300억 원 미만은 3만2000명, 300억 원 이상은 약 1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다만 최근 증권사에서 고액자산가가 급증한 원인을 모두 신규 고객이나 외부자금 유입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증시가 오르면 기존 고객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도 함께 증가한다. 이전까지 8억~9억 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고객이 추가 입금 없이 10억 원 이상 구간으로 올라갈 수 있고 20억 원대 고객도 30억 원 이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
실제 삼성증권의 30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41%에서 지난 6월 19일 57%로 16%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증시 상승이 고액자산가 고객 수와 자산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증권사의 고액자산가 기반이 실제 얼마나 확대됐는지를 판단하려면 고객 수와 함께 이들이 보유한 전체 자산 증가와 신규 자금 유입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 몸집 커진 IMA 시장…반년여 만에 4조 원대
늘어난 자산가 고객의 돈을 누가 장기간 관리하느냐는 증권사들의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 가운데 하나가 IMA다.
지난해 말 첫 상품이 나온 IMA 시장은 빠르게 몸집을 불려 현재 4조 원대에 진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3개사가 상품을 공급하면서 고객자금 확보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IMA 업무는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가운데 금융당국의 지정을 받은 증권사가 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IMA 시장 확대 자체를 고액자산가의 자금 이동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IMA에는 일반 개인투자자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의 첫 IMA는 개인 고객 2만239명이 참여해 8638억 원을 투자했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약 4300만 원으로, IMA 전체를 고액자산가 전용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 NH IMA 3호 판매액 68%가 ‘10억 큰손’
NH투자증권에서는 고액자산가의 IMA 투자를 보여주는 보다 구체적인 숫자가 확인됐다.
지난 18일 모집을 시작한 ‘N2 IMA1 중기형 3호’는 이튿날 목표금액 1200억 원을 채우며 조기 완판됐다.
3호 판매금액 가운데 자산 10억 원 이상 고객이 차지한 비중은 68%였다. 1호 62%, 2호 51%보다 높아 세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억 원 이상 고객의 판매 비중도 이전 상품보다 증가했다.
3호 모집액 1200억 원에 68%를 단순 적용하면 10억 원 이상 고객의 판매금액은 약 816억 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1호는 모집액 4000억 원 가운데 약 2480억 원, 2호는 1200억 원 가운데 약 612억 원이다. 세 상품의 10억 원 이상 고객 판매액은 단순 환산 기준 약 3908억 원으로 전체 모집액 6400억 원의 60%를 웃돈다.
이는 NH투자증권이 공개한 상품별 자산구간별 판매금액 비중을 모집액에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NH투자증권은 1호 4000억 원, 2호와 3호 각각 1200억 원을 모집해 세 상품을 모두 완판했다. 누적 판매액은 6400억 원이다.
◊ 6400억 중 약 3600억 외부서 유입…출발지는 미확인
외부 신규자금도 적지 않게 들어왔다. 1~3호 누적 판매액 가운데 기존 NH투자증권 계좌에 없던 외부 신규자금 비중은 56.7%였다. 전체 판매액 6400억 원에 단순 적용하면 약 3629억 원이다.
이는 기존 NH투자증권 계좌의 대기자금만 IMA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미다.
다만 신규자금의 출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은행 예·적금에서 이동했는지, 다른 증권사에서 옮겨왔는지, 기존 주식을 매도한 돈인지 회사가 세부 출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약 3600억 원의 외부 신규자금을 근거로 고액자산가의 은행 예금이나 주식자금이 IMA로 직접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시작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10억 원 이상 고객 판매액 약 3908억 원과 외부 신규자금 약 3629억 원도 서로 다른 기준의 숫자다. 고액자산가가 매입한 IMA 가운데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자금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3호에서 고액자산가 투자 비중이 높아진 배경 가운데 하나로 시장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3호의 투자 확대 배경에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 확대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기준수익률 4.0%→4.5%…큰손 돈 받아 기업금융으로
상품 조건에도 변화가 있었다. NH투자증권은 1·2호의 연 4.0%였던 기준수익률을 3호에서 연 4.5%로 0.5%포인트 높였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준수익률은 은행 예금처럼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금리가 아니다. IMA는 고객에게서 받은 자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운용한 뒤 실적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만기 보유 시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만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다.
IMA로 확보한 돈은 다시 기업금융으로 흘러간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N2 IMA1 중기형 1·2호는 국내 기업대출과 인수금융, 사모사채, 브릿지론 등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3호도 비슷한 자산배분 전략을 가져갈 예정이다.
1·2호에 편입된 국내 기업대출과 인수금융, 사모사채, 브릿지론 등은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사업부가 직접 발굴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준수익률을 상회하는 대출자산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분산투자 효과 확대를 위해 부동산 담보대출과 인프라 대출 등으로 검토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자산관리 부문을 통해 고액자산가와 법인의 돈을 확보하고 이를 투자은행 부문이 발굴한 기업금융 자산으로 연결하는 구조인 셈이다.
◊ ‘큰손 증가’는 업계 현상…IMA 이동은 아직 물음표
현재 확인된 흐름에서는 두 가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고액자산가 고객 증가 자체는 특정 증권사 한 곳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가 증가한 가운데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에서도 고액자산가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IMA 시장 확대도 NH투자증권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상품 공급을 확대하면서 시장 규모가 4조 원대로 성장했다.
반면 고액자산가의 자금이 IMA로 이동하고 있다는 연결고리는 아직 NH투자증권에서 구체적인 숫자가 확인된 단계다. 다른 IMA 사업자의 자산구간별 판매금액이 같은 기준으로 공개되지 않아 이를 업계 전체의 현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확인된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고액자산가 시장 확대→증권사 WM 경쟁 심화→IMA 시장 성장→NH투자증권에서 높은 큰손 비중 확인’까지다.
증시 상승으로 몸집을 키운 ‘10억 클럽’을 어느 증권사가 장기 자산관리 고객으로 붙잡고 이들의 자금을 기업금융까지 연결하느냐가 증권사 WM·IB 경쟁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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