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는 보험사편?···보험 민원 주범 '셀프 손해사정' 도마위

황동현 / 기사승인 : 2023-02-02 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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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통한 '셀프 손해사정' 관행, 공정성·독립성 문제 제기
1일 한국손해사정학회, 윤창현 의원, 금소연 등 토론회
보험민원 중 80% 손해사정 민원...제도개선 수년째 제자리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보험 민원 주범 '셀프 손해사정'의 제도개선이 수년째 진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이 재기됐다. 

 

손해사정은 보험사 서류 심사만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제3의 전문기관이 손해액을 산정해 보상금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조사업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회사로 손해사정법인을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보험사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1일 국회의원 윤창현과 한국손해사정학회,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공동으로 ‘보험금 산정, 공정하고 올바르게 내보험료 안 아까운 믿음직한 손해평가’라는 제목으로 손해사정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손해사정서의 실효성 확보와 민원해소를 위한 방법과 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한 손해사정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을 개진했다.
 

▲ 윤창현 국회의원과 한국손해사정학회, 금융소비자연맹은 공동으로 지난 1일 손해사정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소비자연맹 제공]

 

발제자로 나선 강남대 유주선 교수는 “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한 손해사정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에 대해 손해사정 공정성 제고, 영업행위 기준 마련과 감독 강화, 손해사정업체의 공시 방안, 독립손해사정사의 수수료 상한 기준 마련, 독립손해사정사의 교육 필요성을 역설하였고, 민원을 줄이기 위해 공정손해사정심의·조정위원회 설치 방안을 주장했다.


김명규 목원대 교수는 "보험회사 중심의 현행 손해사정제도로 인해 보험소비자와 보험회사 간 끊임없는 분쟁으로 오히려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관련 민원만 늘어나게 되는 자충수가 됐다"며, “손해사정사는 손해사정서로 업무를 한다. 조속히 보험회사 업무로부터 독립시키고 손해사정의 객관성, 공정성,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손해사정 금지 방안의 경우 보험회사의 업무 수행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될 수 있고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기에 도입 여부를 검토할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손해사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손해사정과 관련된 보험회사나 손해사정사의 의무·금지행위에 대해 엄격히 감독함으로써 확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신상훈 보험과장은 "오늘 토론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합리적인 손해사정제도를 만들기 위하여 보험업법과 감독규정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자기손해사정제도와 자율분쟁조정기능에 대해서는 좀 더 토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소연 조연행 회장은 “소비자의 신뢰없이는 업의 발전을 기대 할 수 없다. 신뢰는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바탕이 되어야지만 가능하다. 하루 빨리 손해사정제도를 제대로 고쳐서 소비자 신뢰를 얻는 보험산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맡는 손해사정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 업무를 하는 이른바 '셀프 손해사정'의 불공정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셀프 손해사정'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해당 대책이 2년째 표류하고 있다.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주요 생명·손해보험사들의 공시에 따르면 이들 보험사는 전체 손해정액의 50~90%를 자회사 손해사정 법인에 몰아주고 있다.

또, 손해사정을 둘러싼 민원은 보험 민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보험 관련 민원에서 80% 가량이 손해사정과 관련된 민원이다. 

금융당국이 2년전 제도 개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여태껏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가 만든 방안에는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할 때 지켜야 할 세부 기준과 절차 마련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위탁건수의 50% 이상을 자회사에 위탁할 경우 선정·평가 결과 등을 이사회 보고 후 공시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독립손해사정사'를 활성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보험사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금융위는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손해사정사회가 표준 업무기준을 마련해 손해사정업자에 권고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변경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4대 손해보험사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사정에서 소비자가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해 사고를 처리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우기 금융당국이 백내장수술과 관련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사기 근절을 내세우면서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한 것도 사실상 보험가입자의 보험금 지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손해사정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보험금 지급절차만 강화할 경우 향후 관련 민원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사정제도를 빨리 고쳐서 금융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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