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드밴스드·SK이터닉스 잇단 신용압박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9 09:12:25
업황 악화·지분 매각 겹쳐…'SK 계열사 프리미엄' 적신호
신평사, 그룹 지원 가능성 약화에 등급 하향 압박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SK그룹 계열사들이 잇달아 신용평가사의 경고장을 받으면서, 최태원 회장이 또 다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업종은 석유화학과 신재생에너지로 다르지만, 시장이 읽는 메시지는 같다.


그동안 SK 계열사라는 이름만으로도 일정 부분 신용 안전판이 작동해 왔다. 그러나 최근 NICE신용평가가 SK어드밴스드의 등급전망을 ‘Negative’로 낮춘 데 이어, SK이터닉스까지 하향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두 달 사이 계열사 두 곳에 연속 경고. 시장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 SK계열사들이 잇달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사진=챗GPT]

SK어드밴스드는 2022년 이후 4년 가까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평균 손실 1,100억원에 달한다.

중국발 프로필렌 공급 과잉이 직격탄이었다. 업황 반등을 기대하며 버텼지만, 결과는 빚의 폭증이다. 순차입금은 4년 만에 1,043억원에서 5,700억원대로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800%를 넘었다.

모회사 SK가스가 자금보충약정으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업황이 살아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답이 없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SK의 공격적 투자 전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외치며 포트폴리오 전환을 밀어붙였지만, 경기 하강 국면과 맞물리며 부담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 대주주 매각…‘믿었던 뒷배’도 사라진다


SK이터닉스는 또 다른 충격이다. 실적이 아니라 지배구조 변화가 문제다. 최대주주 SK디스커버리가 보유 지분 31.03%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신용평가사는 즉각 하향검토에 착수했다. 사실상 강등 예고다.

현재 BBB+ 등급에는 SK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1노치 프리미엄’(한 단계 더 높은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뀌면 이 후광은 사라진다.

시장 관계자는 “계열 후광이 걷히는 순간, 기업 체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470%를 웃도는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얼마나 지원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SK’라는 간판이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하는 순간이다.

문제는 개별 기업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SK그룹 전반에 깔려 있던 ‘계열 후광효과’의 균열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설마 SK가 계열사를 내치겠느냐”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분 매각과 선택적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더 이상 그룹의 무조건적 지원을 전제로 보지 않는다. 이는 곧 최태원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직접적인 평가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SK그룹은 재무구조 개선과 자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가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래 투자와 재무 안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문제는 그 균형이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는 분명하다. ‘SK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신용 프리미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각 회사의 현금창출력, 차입 부담, 사업 경쟁력이 냉정하게 평가받는 국면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이 재무 안정성 확보와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의 신용도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며 “시장도 이제는 단순히 ‘SK 간판’이 아니라 각 회사의 실질 체력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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