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집 사지 말라는 정부...‘영끌’ 안 하면 못 사는 ‘3기 신도시’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7-16 13: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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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 시작...정부 “분양가 주변 시세 60~80% 수준”
참여연대, “추정분양가, 연소득 대비 4배...‘영끌’ 안 하면 살 수가 없다”

정부가 16일 모집공고와 함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추정분양가 수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급등한 시세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면 현재 집값을 정부가 인정하는 꼴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심지어 ‘영끌’로 집 사지 말라는 경고음을 계속 울리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영끌’을 못 하면 집 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추정분양가가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인천 계양 신도시 분양실태 분석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올해 계획된 사전청약은 총 3만 200가구 규모이며, 이달 4300가구를 시작으로 10월 9100가구, 11월 4000가구, 12월 1만 2800가구 등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차 사전청약에서는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1050가구), 위례신도시(418가구), 성남 복정1(1026가구), 의왕 청계2(304가구), 남양주 진접2(1535가구)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총 433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논란의 불씨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추정분양가의 수준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가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성남 복정1과 위례신도시의 3.3㎡당 분양가가 2400~2600만 원 수준이며, 의왕 청계2(2000만 원)·인천 계양(1400만 원)·남양주 진접2(1300만 원) 등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추정분양가가 공개되자 사전청약을 기다리던 일부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지난 5일 열린 간담회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영끌’에 나선다면 나중에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향후 집값 하락의 위험성에 대해 재차 경고했다.

하지만 막상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물량은 이미 가파르게 올라버린 시세를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가 집값 급등 현상에 대해 ‘비정상’이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면서도, 현재 시세를 추정분양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논리다.

차라리 집값을 잡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을 믿지 않고, 반대로 각종 부동산 규제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정권 초기에 집을 구매했어야 현명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사전청약 1차 지구별 부담가능한 주택 가격 [자료=참여연대]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참여연대는 ‘인천 계양 신도시 분양실태 분석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천 계양 등 신도시 사전분양가가 평균근로자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을 넘어서 빚을 내야 구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영끌’해서 집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추정분양가조차 ‘영끌’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추정분양가가 모두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4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근 변호사는 “3기 신도시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며 “정부는 ‘버블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에서 사전분양가를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연대가 2020년 서울도시공사에서 분양한 5개 단지의 건축비를 분석한 결과, 3.3㎡당 실건축비는 494만 원으로 추정된다”며 “정부가 고시한 평형당 기본형건축비 709만 원 대신 실건축비를 적용할 경우 분양가격을 1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자료=국토교통부

향후 아파트값 시세가 더 오른다면 1~2년 뒤 본청약 시점에 확정되는 최종 분양가는 현재 추정가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는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 구도심 등의 특정단지와 비교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개발 시기나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하면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공분양주택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특별공급 청약접수가 진행되며, 신혼희망타운도 같은 기간 해당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우선 청약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오는 9월 1일 발표되며, 자격검증 등 과정을 거쳐 11월께 확정될 계획이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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