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맹탕 설명회에 워크아웃 무산 위기...법정관리 가능성 고조

장준형 / 기사승인 : 2024-01-04 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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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창업회장 눈물의 호소문 내용은 실망
SBS 매각, 사채 출연 등 11일까지 관심 집중

[메가경제=장준형 기자]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채권단 설명회에서 알맹이 빠진 맹탕 자구안으로 신뢰를 깨트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채권단은 SBS 매각이나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알맹이가 빠지면서 이달 11일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태영건설이 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 7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자구안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모아 자구안 설명회를 열었다.

태영건설은 이날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직접 참석해 눈물의 호소문을 통해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것던 태영은 흑자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되었다"며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가 갈 것이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채권단에 호소했다. 

이어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 잔고는 12조원이 넘고 향후 3년 간 연매출 3조원 이상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언론에 PF규모가 9조원 이라고 나왔지만 실제 문제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정작 SBS 등 핵심 계열사 매각이나 총수일가의 3000억원에 달하는 사재 출연 등 주요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이 제시 된 것은 없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호소에만 집중하며 채권단에게 실망만을 일으켜 워크아웃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보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왔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윤 회장은 호소문 낭독 후 정작 자구안에 대한 채권단 질의가 이어지기 전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양재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현재까지는 (태영건설의 자구안이)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자구 노력을 더 해야 하고 합의된 내용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태영이 당초 약속한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은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4가지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한 확약과 함께 오늘 채권단설명회에서 이를 공표해주길 요청했으나 태영그룹은 그저 열심히 노력하겠으니 도와달라고만 했다"며 "상식적으로 채권단 75%가 이 제안에 동의한다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영건설의 진정성 의심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 계속 대두됐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윤석민 회장은 416억원, 윤재연 블루원 대표는 513억원, 티와이홀딩스는 1133억원을 각각 확보했고, 업계 안팎에서는 태영그룹이 이 중 1550억원 가량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00억원 가량만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나머지는 티와이홀딩스의 보증채무 변제에 쓴 것이다. 이를 두고 태영건설은 포기하더라도 SBS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채권단은 이달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까지 자구안으로 채권단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1차 채권단협의회 전까지 다른 자구안을 제시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윤석 티와이홀딩스 전무는 "SBS 지분 매각은 방송법 등 법적 제약과 조건이 많은 상황이나 관련해선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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