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지주회사체제 전환 놓고 '오락가락' 행보...비판 자초

송현섭 / 기사승인 : 2023-11-08 17: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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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김남호 총수 부자 경영권 유지에 방점 찍힌 듯
공정위 전환 통보받고 '꼼수'논란...KCGI와 분쟁 불씨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DB그룹이 지주회사체제 강제전환을 회피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석연치 않은 오락가락 경영전략으로 스스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지난달 DB메탈과 DB Inc간 합병계획을 전면 취소하면서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DB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강제전환을 피하려 DB Inc의 지주사 전환과 상장일정 등 2개월여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린 형국이다. 

 

 

▲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왼쪽)과 김남호 DB그룹 회장 부자. [사진=DB그룹]

 

올해 5월 DB Inc가 지주사 강제전환 대상에서 빠진 것도 주요 배경으로 보이나 김준기 DB그룹 창업주와 아들 김남호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DB Inc측은 “DB메탈과 DB Inc 합병을 추진했으나 경제환경 불확실성 증대, 합병목적에 대한 시장의 오해, 일부 주주의 우려를 감안해 합병을 철회키로 결정했다”고만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이후 양사간 맺었던 합병계약을 해제됐고 우회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 등 기존에 잡혔던 모든 합병 관련 사안과 일정이 모두 무산됐다. 그러나 DB Inc는 불과 2개월여 전인 올 8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시너지 효과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DB메탈을 흡수합병하겠다고 의결했었다.

양사가 각자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결합하고 IT를 비롯해 무역·합금철·건설·브랜드 등 총 5개 비즈니스 영역을 갖추고 새 출발을 한다는 야심 찬 계획은 곧바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DB Inc에서는 DB메탈 흡수합병의 목적이 시너지효과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점을 명확히 했다.

심지어 탄소중립·녹색성장 등 분야의 R&D와 투자로 신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형 비즈니스 구축한다는 계획도 공개했었다.

그러나 재계에선 합병이 무산되고 DB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도 원점으로 회귀한 배경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만만치 않다.

공정거래법에선 총자산 5000억원 넘는 자회사 지분가치가 전체 자산의 50%이상인 경우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돼야 한다.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이상을 의무 보유해야 한다. 앞서 DB Inc는 시총 2조원대 자회사 DB하이텍 주가 상승으로 지주회사 강제전환에 직면했다.

DB Inc에서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율이 작년말 기준 12.42%지만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면서 의무 지분비율 30%를 맞춰야 하고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었다. DB Inc의 DB메탈 흡수합병 계획이 DB Inc 총자산을 늘리면 자회사 지분가치를 희석할 수 있어 지주회사체제 강제전환을 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이때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B그룹 지주회사체제 전환 아젠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DB Inc에서 보유한 DB하이텍 등 자회사 지분가치가 주가 상승세를 타면 언제든지 5000억원 넘게 늘어나 다시 공정거래법상 강제 전환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합병계획 발표, 철회 등)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현상유지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본다”며 “DB Inc는 DB하이텍 팹리스 분할을 놓고 2대 주주인 KCGI와 갈등을 벌였었는데 앞으로 이런 문제들로 불씨가 재연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언제든 불거질지 모르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슈에 대해 DB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자리 잡은 DB Inc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DB Inc의 지분구조에서 16.83%를 보유한 김남호 회장이 최대주주다. 여기에 부친 김준기 DB그룹 창업주 15.91%, 누나 김주원 부회장 9.87% 등 오너 일가와 계열사 임원들 지분까지 합쳐서 43.82% 수준이다.

이 지분율로 오너 일가는 제조·서비스 부문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DB Inc를 통해 DB그룹 전체에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DB Inc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유명한 DB하이텍 지분을 12.42% 갖고 있으며 합금철을 양산하는 DB메탈 지분도 8.74% 보유하고 있다.

DB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앱 유지·보수와 데이터센터·네트워크장비를 관리하는 DB FIS도 DB Inc의 100% 자회사다. DB Inc는 또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DB월드 지분 33.97%도 보유 중이다.

DB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유예기간 2년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초 DB Inc와 DB메탈간 흡수합병 추진은 신사업기회 발굴과 성장동력 확보, 시너지 창출을 위한 차원이란 점에서 강제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DB그룹이 지주사체제 강제전환을 회피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석연치 않은 경영전략이 오락가락하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DB Inc 본사 전경 [사진=DB그룹]

 

한편 김남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DB Inc 지분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소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DB하이텍 팹리스 분할을 놓고 오너 대주주·경영진과 갈등을 벌였던 KCGI와 분쟁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의 위력이 아직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으나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오너 일가의 방어가 힘들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DB Inc와 DB메탈 합병 무산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는 상황”이며 “합병이 원래대로 진행됐으면 김남호 회장의 지배권이 강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선 부친인 김준기 창업주와 누나 김주원 부회장이 김 회장의 일방적인 지배력 강화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소문이 있다”면서도 “행동주의 펀드에서 도발하는 경영권 분쟁이 오너 일가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여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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