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서 그래?”…부모님 걸음·말투에 숨은 ‘질병 경고등’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5-06 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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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자주 쉬면 척추관협착증 의심…무표정·종종걸음은 파킨슨병 신호
반복 질문·기억력 저하는 초기 치매 가능성…“가족이 먼저 알아차려야”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가정의 달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났다면 단순한 안부를 넘어 걸음걸이와 자세, 말투 변화까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료계 조언이 나온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며 지나치기 쉬운 행동 변화가 척추·관절 질환은 물론 치매·파킨슨병·뇌졸중 등 중증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평소와달리 부모님의 보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허리를 숙인 채 걷고, 계단을 유독 힘들어하는 변화가 반복된다면 단순 노화가 아닌 척추·관절 질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부모님 행동변화로 알 수 있는 건강 지표 [사진=힘찬병원]

 


강북 힘찬병원 정기호 병원장은 “고령층은 통증이나 신체적 불편을 노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참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이 보행과 자세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 질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걷다가 자주 멈춰 쉬거나 다리 저림으로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증상은 척추관협착증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오래 걸을수록 엉덩이와 다리 저림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무릎 움직임 변화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계단을 내려갈 때 난간을 강하게 잡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첫걸음을 힘들어하는 경우 퇴행성 무릎관절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다리가 O자 형태로 휘거나 걸을 때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경우 관절 변형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어깨와 손동작 변화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팔을 들기 어렵거나 밤에 어깨 통증으로 잠에서 깨는 증상은 회전근개 손상이나 오십견 신호일 수 있다.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단추 채우기·젓가락질 같은 세밀한 동작이 둔해졌다면 손목 질환뿐 아니라 목 신경 압박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말투와 표정 변화 역시 뇌·신경계 질환의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약 복용이나 병원 예약을 자주 잊는 경우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비정상 단백질과 노폐물이 축적되면서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흔히 치매와 혼용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질환 자체를 의미하고 치매는 이로 인해 기억력과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 상태를 뜻한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윤지환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정상적인 노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래전 기억은 또렷하지만 최근 일을 반복해서 묻거나 익숙했던 요리 맛이 달라지고 냉장고 정리 같은 일상 행동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기억력 저하를 단순 건망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약 복용이나 병원 예약을 자주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대화 내용을 금세 잊는 증상이 이어질 경우 전문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조기 진단 시 약물 치료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를 다그치기보다 공감하는 태도로 병원 방문을 유도하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윤 교수는 “금연과 함께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혈관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주 3회 이상, 40분 정도 땀이 날 만큼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가 촉진돼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움직임이 느려지고 보폭이 좁아지는 변화는 파킨슨병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손떨림보다 몸이 굳는 경직과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걸을 때 한쪽 팔을 잘 흔들지 않거나 얼굴 표정이 무표정해지는 변화 역시 대표적인 신호로 꼽힌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유달라 교수는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가 상당 부분 손상된 이후에야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오해하기 쉽다”며 “동작이 느려지는 서동과 손떨림, 근육 경직 등 대표 증상 외에도 심한 잠꼬대와 변비, 우울감, 수면 장애 같은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 표정이 무표정해지거나 목소리가 작고 단조롭게 변하는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전문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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