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식 지배구조 개편, 상속·삼성생명법·재판 등 변수
상속세 납부 위해 삼성생명 등 지분 일부 처분 가능성도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체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인데 이건희 회장이 이들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보다도 많다. 여기에 삼성전자 주식도 4.18%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0.70%에 불과하다. 또 삼성물산 지분도 2.88%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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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결국 앞으로 삼성 총수 일가의 이 회장 보유 지분의 처리 여부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만큼 이 회장 별세가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건희 회장의 별세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시대’의 본격 개막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당면한 대외 변수에다 지분 상속 문제까지 마무리짓고 경영권 안정화를 이루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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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보유 주식 규모와 상속세(예상). [그래픽= 연합뉴스] |
이 회장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 삼성SDS 9701주(0.01%) ▲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회장은 이들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다. 모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다.이들 지분에 대한 상속세 총액은 주식 평가액 18조2천억원에 최대주주 할증률인 20%를 할증한 다음 50% 세율을 곱하고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10조6천억여원이다.
10조6천억여원은 증권거래세 수입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예상되는 올해 예상 금액인 8조8천억원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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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지배구조. [그래픽= 연합뉴스] |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인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은 상속시 천문학적인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법정 상속비율을 따르게 되면 배우자인 홍 전 관장이 4.5분의 1.5(33.33%), 자녀인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4.5분의 1(각 22.22%씩)을 물려받게 된다.
현재 이 부회장은 ▲ 삼성전자 0.7% ▲ 삼성물산 17.33% ▲ 삼성생명 0.06% ▲ 삼성SDS 9.2% ▲ 삼성화재 0.09% 등 약 7조1715억원 상당을 가졌다.
또, 홍 전 관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0.91%(3조2600억원)를 갖고 있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삼성물산 5.55%, 삼성SDS 3.9%를 보유해 평가액도 악 1조6082억원으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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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 보유 지분 현황. [그래픽= 연합뉴스] |
이에 따라 기존 지분과 법정 상속분 지분을 합치면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홍 전 관장이 지배구조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 부회장이 승계한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작성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직 유언장의 존재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이 이 회장 보유 지분의 상당 부분을 물려받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다만 부친이 별세한 만큼 만약 이부진, 이서현 등 동생들과 계열 분리 문제가 불거질 경우 삼성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대외적인 여건도 지배구조 개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상속과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맞물리며 삼성의 지배구조가 개편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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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가계도. [그래픽= 연합뉴스] |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외에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4억주, 가치는 20조원 상당일 전망이다.
삼성 총수 일가는 삼성생명 주식 57.25%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이 부회장은 20.76%를 보유하고 있어 보험업법에 따라 상당한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은 이미 에버랜드 등을 통해 이재영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가 절반 이상은 이뤄진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이 회장 지분을 상속받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제체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20조원에 육박해 상속세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부 지분에 대한 처분은 불가피할 수 있다.
현 체제유지에 중요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은 상속을 받고 삼성생명 지분은 일정 부분 처분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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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요 프로필. [그래픽= 연합뉴스] |
사법리스크도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과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동시에 진행중이다.
법조계는 경영권 승계 재판은 내년 이후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파기환송심은 다음 달부터 재판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향후 상속세 납부방식도 관심을 모은다. 현재로서는 세금을 분할 납부(연부연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연부연납을 택하더라도 연간 내야 할 상속세가 1조원 이상이라 배당, 대출, 지분 매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난관들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서두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총수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회견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한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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